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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의 노란 리본 세월호 눈물 닦다

입력
2014.08.1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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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생존학생들과 면담 후 "희생자들 주님 평화 안에" 기도

유족들이 38일간 지고 걸었던 십자가도 바티칸에 가져가기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오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서다가 한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소 짓고 있다. 대전=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오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서다가 한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소 짓고 있다. 대전=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눈물도 마른 부모들이 38일간 지고 걸었던 나무 십자가는 바티칸으로 간다. 참사의 비극과 억울함을 기억해달라며 전한 노란 리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슴에 달렸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생존 학생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만났다. 교황을 만난 사람은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장인 김병권(고 김빛나라양 아버지)씨, 부위원장 김형기(고 김해화양 아버지)씨 등 유가족 8명과 경기 안산시 단원고 생존학생 2명이었다. 이 중 김학일(고 김흥기군 아버지)씨와 이호진(고 이승현군 아버지)씨는 6㎏짜리 십자가를 메고 단원고에서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까지 900㎞를 걸어왔다.

가족들이 교황에게 전한 것은 억울함이었다. 참사 122일이 지나도록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김병권씨는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어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말해달라고 했고 지금까지 진실을 은폐해 온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런 내용을 적은 편지도 교황에게 전달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10명 있으니 그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것도 유족이 이날 교황에게 전한 부탁이다.

유족들에 따르면 교황은 대화 내내 눈을 마주치며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시복식 때 단식농성 중인 김유민양의 아버지를 만나면 꼭 한번 안아달라는 얘기에는 교황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고 김병권씨는 전했다. 교황은 또 이호진씨가 “교황께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하자 “전화번호를 받아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교황은 전세계에서 바티칸으로 날아든 편지를 읽어보고 ‘깜짝 전화’를 하기로 유명하다.

유족들은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해결에 동참에 달라는 뜻의 노란 리본과 배지, 팔찌,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앨범을 전달했다. 38일 간 전국을 돌았던 나무 십자가도 선사했다. 교황은 이를 모두 바티칸에 가져가기로 했다.

15분 간의 짧은 면담이었고 명확한 응답도 듣지 못했지만 유족들은 위안을 받았다. 김병권씨는 “교황께서 미사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나온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며 “많이 힘들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우리 마음을 받아주셨다는 느낌이 들어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의 위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삼종기도를 통해 “세월호 침몰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주님의 평화 안에 맞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며 형제자매들을 도우려고 기꺼이 나선 이들을 계속 격려해 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을 맞아 이 고상한 나라와 그 국민을 지켜 주시도록 성모 마리아께 간구한다”고 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바란다”면서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유가족, 생존학생 등 36명, 천주교 신자, 시민 등 5만 여명이 참석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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