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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세월호 십자가, 로마 가져가겠다"

입력
2014.08.15 16:37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받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고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가 전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대전 유성구 방동저수지 인근 도로에서 도보순례단이 십자가를 메고 길을 걷는 모습.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받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고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가 전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대전 유성구 방동저수지 인근 도로에서 도보순례단이 십자가를 메고 길을 걷는 모습.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받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고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가 전했다.

방한위에 따르면 '세월호 십자가'로 알려진 도보 순례단의 십자가는 사전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에게 전달됐다. 유 주교는 십자가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제의실(祭衣室)에 미리 가져다 놨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교황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면담에 앞서 대책위 측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사진이 담긴 앨범, 세월호 가족들이 착용하는 배 그림과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팔찌, 세월호 리본 배지 등의 선물을 곱게 포장해 면담에 앞서 대전교구장을 통해 교황에게 전달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 제공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교황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면담에 앞서 대책위 측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사진이 담긴 앨범, 세월호 가족들이 착용하는 배 그림과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팔찌, 세월호 리본 배지 등의 선물을 곱게 포장해 면담에 앞서 대전교구장을 통해 교황에게 전달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 제공

방한위 측은 "교황이 십자가를 가져가는데 필요한 절차는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순례단이 진도 팽목항에서 '아이들의 눈물'이라며 떠 온 바닷물은 경기장에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어서 유족 스스로 교황에게 전달하는 것을 취소했다.

앞서 안산 단원고 학생인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으로 구성된 도보 순례단은 지난달 8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십자가를 멘 채 단원고를 출발했고 지난 13일 대전에 도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제의실 앞에서 세월호 생존 학생 2명, 유가족 8명 등 10명과 만나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교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들이 차례로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김학일 씨가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며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같이 미사를 집전해달라"고 말하자 교황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이 담긴 노란 리본과 팔찌를 건넸고, 교황은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교황과 면담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유가족들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교황과 면담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밖에 유가족은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유가족의 사진이 든 앨범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는 영문 편지를 전달했고, 생존 학생 2명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쓴 편지를 건넸다.

한편 이날 미사에는 모두 36명의 세월호 사고 생존 학생과 유가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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