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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탈 행보… 의전 헬기 대신 KTX

입력
2014.08.15 16:31

일반 승객 500여명과 함께 탑승… 대합실선 시민들 손 일일이 잡아 줘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15일 오전 헬기 대신 KTX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의 영접을 받으며 플랫폼을 걷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15일 오전 헬기 대신 KTX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의 영접을 받으며 플랫폼을 걷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하고도 파격적인 행보가 방한 이틀째인 15일에도 이어졌다.

전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국산 소형 박스카 ‘쏘울’에 몸을 실었던 교황은 이날 헬기가 아닌 KTX를 타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위해 대전을 찾았다. 그것도 교황만을 위한 열차가 아니라 일반 승객들과 함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8시 46분 서울역에서 KTX 4019호에 승차, 50여분 만인 9시 42분 대전역에 도착했다. 교황은 모두 18량의 객차 가운데 4호 특실 객차 2C 좌석을 이용했고 교황이 탄 특실과 연결된 나머지 특실 3개 객차에는 경호 문제로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객실 14량에는 승객 50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들은 교황의 객차를 오갈 수는 없었으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감격해 했다. 애초 임시열차로 편성해 일반 승객의 예매를 받은 코레일은 교황과 수행단 등을 위해 객차 2량(3·4호차)을 열차에 더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여객 서비스를 담당한 여승무원은 “교황께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 드릴 때마다 미소를 보이셨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의 메시지를 담은 책에 교황 서명을 받는 축복을 누렸다. 유흥식 대전교구장은 “교황께서 ‘이렇게 빠른 기차는 처음 타봤다’며 좋아하셨다. 코레일 사장께서 대전역에서 영접하며 ‘교황이 타실 수 있도록 구름이 끼게끔 기도했다’고 하니 ‘사장님 기도 덕분에 KTX를 탈 수 있었다’고 농담도 전하셨다”고 말했다.

대전역에 도착한 교황은 플랫폼에서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과 화동의 영접을 받은 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곧바로 대합실로 올라왔다. 도착 20여분 전부터 대합실에 줄지어 서 있던 시민 100여 명은 교황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환호했다. 교황도 특유의 환한 미소를 머금고 손을 들어 화답하며 일일이 손을 잡아줬다. 교황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의전차량‘쏘울’에 오른 뒤에도 창문을 열고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으며, 아기를 안은 한 여성이 다가오자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강복하기도 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대전의 기상상태가 구름이 많고 바람이 거세 기존 헬기 이용 계획이 변경됐다”며 “KTX이용도 계획안 중 하나였고 많은 사람과 만나기 위해 열차를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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