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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기업모델·세속 기준의 유혹 뿌리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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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중앙협의회 찾아 사회 만연한 물질주의 꼬집어
"가난한 사람들에 관심 쏟고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해야"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사회에 던진 메시지가 평화와 화해만은 아니었다. 교황은 빈곤층에 대한 관심과 사랑 또한 강하게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청와대를 찾은 뒤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방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등 현직 주교단 25명과 전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 등 은퇴 주교 8명 등 모두 33명과 만났다.
교황은 이들에게 고하는 연설에서 “선교하는 교회, 세상을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는 교회”를 언급하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관심을 쏟아야 하며 특히 난민과 이민자,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즉위한 이후 끊임없이 강조하던 “낮은 곳을 바라보라” “교회 밖으로 나아가라”고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결같은 메시지다.
교황은 연설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대를 그리스도인 생활의 필수 요소로 여겨야 한다”며 “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때 가난한 자들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교회의 목적이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사도 시대의 이상이 미래를 향해 순례하는 한국 교회가 걸어갈 길에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억과 희망의 지킴이로서의 주교 역할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은 앞서 청와대에서 정부 공직자와 정치인들을 향해 “궁극적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주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으로, 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사회를 향한 바람과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주교들에게 “기업 사회에서 비롯된 능률적인 운영ㆍ기획ㆍ조직의 모델들과 성공 및 권력이라는 세속적 기준을 따르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 등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세속화와 물질주의를 꼬집었다. 교황은 앞서 청와대에서도 “한국이 ‘연대의 세계화’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며 “연대의 세계화는 모든 인류 가족의 전인적인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지부장 함제도 신부)에 거주하는 미국인 원로 선교사 신부 14명과 직원 7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전쟁 직후 입국해 성당과 신심단체를 설립하고 신용협동조합 운동을 하거나 병원을 건립하는 등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에 기여했다. 교황은 연설을 마치고 협의회를 떠나면서 북한을 50회 정도 왕래한 경험이 있는 함제도(81) 신부에게 “북한 결핵환자들을 위해 일하느라 수고했다”고 이탈리아어로 말했다. 북한의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교황의 깊은 관심이 반영된 인사였다. 이에 함 신부는 “나는 교황에게 영어로 웰컴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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