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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건강 고려 의장대도 분열 배치 배려

입력
2014.08.1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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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잃는 것" 朴, 스페인어로 친밀감 표시

박근혜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극진한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공항으로 교황을 영접 나간 데 이어 고령인 교황의 건강을 고려해 의장대 사열도 분열로 변경하는 등 극도로 신경을 썼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첫 일정으로 오후 3시 45분 청와대에 도착해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교황을 기다리던 박 대통령은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 쓰고 있던 우산까지 치우고 교황을 맞이했다. 이어 전통 복장의 의장대를 통과해 사열대 앞에 섰다. 관례상 국빈 방문 당시 각국 정상들이 의장대를 직접 돌았지만 고령의 교황을 배려해 이례적으로 의장대가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을 한 바퀴 도는 분열로 대신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교황은 영빈관 면담장으로 향했다. 면담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트 앞에서는 박 대통령과 교황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교황께서 먼저 타시라”고 권했지만 교황이 “아르헨티나에서는 레이디 퍼스트가 원칙입니다”라며 도리어 양보했고 박 대통령이 “교황님은 다르시다. 먼저 타시라”고 재차 권한 끝에 교황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면담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페인어로 교황에게 말을 건네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좋아하는 스페인어 구절이 있다며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잃는 것이다”고 스페인어를 구사했고 교황은 “희망은 기프트다”면서 영어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면담 중에도 “평화는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이다”라고 스페인어로 교황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방한한 이후 25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을 하게 됐는데 오랜 기간 후의 일이어서 국민의 기쁨이 더욱 큰 것 같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어 “평소 교황님께서 세계평화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의 소식을 들어왔는데 이번에 뵙게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데 대해 그 의미를 더 각별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박 대통령의 환영사를 끝까지 듣고 마지막으로 “말씀에 감사드리고, 특별히 환영해 주어서 감사드린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면담이 끝난 뒤에는 박 대통령은 화목문(花木紋.꽃·나무 무늬) 자수 보자기 액자를 교황에게 선물했으며, 교황은 바티칸의 전경이 그려진 액자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정상연설에서는 박 대통령이 먼저 연설에 나선 뒤 교황이 영어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이 연설을 하자 엷은 미소를 띤 채 교황의 말씀을 경청했고 연설이 끝나자 박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과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연설 행사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도 참석해 3부 요인이 교황을 예우하는 형태를 갖추는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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