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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대책 강성'보다 '합리적 조정' 필요한 새정치

입력
2014.08.12 20:00

여야 원내대표가 어렵사리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 후속 협상도 난항, 세월호 정국의 장기 파행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던 애초의 일정까지 불투명하다. 정국 진통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와 안산 단원고 학생 특례입학 등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은 물론이고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할 입법까지 가로막고 있다. 여야가 서둘러 정국 경색을 해소해야 할 이유다.

현재의 진통은 야당의 잘못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제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과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안)을 백지화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진작에 당내 지도급 인사의 강경 주장이 잇따라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그 이상이었다.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의 동반 사퇴로 빚어진 구심력의 공백을 틈타 한동안 숨죽였던 당내 강경파들이 일제 반격에 나선 형세다. 강경파로 통했던 박영선 원내대표조차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니 그 분위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무조건 강경론’이 되살아나 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 것이 안타깝다.

야당이 합의를 파기한 주된 이유는 기존 합의 내용이 유가족의 요구에 못 미치고, 국민 공감을 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라면 몰라도 정당, 그것도 제1야당이 여당과의 합의를 백지화하는 이유로는 군색하다. 정당은 다른 사회적 압력단체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표출한다. 사랑하는 자녀나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는 문제와 특별법안에 이들의 요구와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같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현실성을 결여하거나 전체 법체계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조정ㆍ손질하고, 이를 당사자들에게 설명하며 이해를 끌어낼 수 있어야 정당의 의미가 살아난다.

새정치연합이 뒤늦게 ‘국민의 공감’ 운운하며 여야 협의를 원점으로 되돌린 대목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 공감이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상응한 조치임을 새정치연합은 모르고 여야 협상에 임했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의 합의 파기는 새누리당이 기존의 원칙을 고집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구실만 쌓아준 결과가 되었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세월호 정국의 장기 표류를 막기 위해선 새정치연합의 내부 성찰과 새누리당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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