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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하고 꼬박꼬박 돈 챙기는 월급 루팡 상사가 제일 얄미워

입력
2014.08.12 15:58

월급 로그인, 월급 로그아웃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 로그아웃 하는 것처럼,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카드 값 등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빗댄 말. 사용예시 “카드 값에 보험료에 방값, 전화 비까지 이번 달 월급도 순조롭게 로그아웃 했어요.”

퍼가요~

통장에 입금된 월급이 카드값, 보험료 등으로 사라지는 것을 게시물을 퍼가는 이들에 빗대 사용하는 말. ‘퍼가요~’는 인터넷 상에서 재미있는 글이나 사진 등을 봤을 때 게시자의 블로그에서 자신의 블로그로 내용물을 옮겨갈 때 댓글로 쓰는 말이다.

월급고개

신속한 월급 로그아웃 현상으로 다음 월급을 받을 때까지 근근이 생활하는 궁핍한 상황을 ‘보릿고개’(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거의 떨어지고 보리는 여물지 않아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는 이르는 말)에 빗댄 말.

# 2030 직장인들 월급고개 어떻게 넘나

다음달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신용카드가 아무래도 가장 만만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안모(28ㆍ여)씨는 “월급 250만원 가운데 카드비(120만원), 적금(50만원) 등이 빠져나가고 나면 수중에 10~20만원이 남는다. 이 걸로 길게는 10일 가량 쓰고 이후부터는 신용카드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25ㆍ여)씨도 “월급날에 카드결제일, 적금 입금일, 대출상환일 등을 다 맞춰놔서 5일이 지나면 통장 잔고가 0원이 된다”며 “나머지 날들을 신용카드로 버틴다”고 답했다.

현금을 빼서 쓸 수 있는 점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이도 있다. 대기업 직원인 이모(26)씨는 “적금, 월세 등으로 월급날로부터 3~5일 후면 잔고가 없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서 쓰고 있다”며 “주위의 혼자 사는 직장 중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은 대출과 같은 개념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은행의 통장을 이용해 일정한 금액을 수시로 빌려 쓰는 게 가능하다.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안모(26ㆍ여)씨는 “현금이 부족해 신용카드로 생활하고 정말 급히 현금을 써야 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린다”고 답했고, 대기업 직장인 권모(28)씨도 “보름 만에 월급이 다 빠져나가 어머니 카드로 연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3달에 한 번 정도 꼴로 월급고개를 겪는다는 직장인 기모(28)씨는 “주택청약저축을 매달 50만원씩 하고 있는데 그 달에 한해 20만~30만원선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고, 대기업계열사 직원인 김모(31)씨는 “일주일 정도가 통장에 잔고가 없는데, 점심 식사 때 내 신용카드로 긁고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현금 내는 것을 받아 그 현금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월급루팡

도둑의 대명사인 프랑스 괴도소설의 주인공 ‘루팡’을 월급과 결합 시킨 단어.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봉 많지만 일 안 하고 돈만 받아 챙기는 상사는 비꼬는 형태로 주로 쓰인다.

# 월급 빠듯해 죽겠는데… 일 안하고 돈만 받는 ‘월급루팡’ 상사 얄밉다

주변에 일은 하지 않고 높은 연봉을 받아가는 월급루팡 상사들에 대한 2030 직장인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은행에서 근무 중인 김모(29)씨는 “연봉 1억원이 넘는 선배가 인터넷뱅킹 해외 송금 등 메뉴얼을 보면서 정작 자신은 할 수 있는 업무조차도 후배들에게 떠밀면서 아무것도 안 할 때 허탈한 생각이 많이 든다”며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도 각종 저축과 보험료(150만원), 월세(40만원), 통신비(10만원) 등 고정비를 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데, 그는 놀면서 2배가 훨씬 넘는 급여를 받지 않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4년 차 이모(28ㆍ여)씨도 “야근을 밥 먹듯 하고도 돌아오는 월급은 300만원이 안 되는데, 평소 컴퓨터로 주식을 하고 책을 읽는 상사는 월급여가 800만원이 넘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채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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