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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담배와 술을 할까요?

입력
2014.08.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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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 12세 코담배… 요한 23세는 줄담배

요한 바오로 2세, 자신의 이름딴 칵테일

프란치스코, 신선한 샐러드와 와인 즐겨

지난 7월3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의 예수회를 찾아가 동료 신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3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의 예수회를 찾아가 동료 신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화 '천사와 악마'를 보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의식을 앞두고 바티칸 한 켠에서 추기경들이 담배를 피운다. 영화 '장미의 이름'을 촬영한 에버바흐 수도원의 지하에는 으리으리한 와인 저장고가 있다. 사제들과 가까운 담배와 술, 교황도 즐길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건 교황의 자유다. 가톨릭교회는 담배와 술을 허한다. 성경에서는 향락주의를 경고하지만, 이는 결코 먹거리에 대한 자유를 억압한 게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과한 건 금물이다.

담배를 대하는 교황들의 자세는 사뭇 다르다. 20세기 중반, 비슷한 시기에 즉위한 비오 12세와 요한 23세는 모두 담배를 좋아했다. 비오 12세는 폐렴이 심해져 담배를 끊기 전까지는 코담배를 즐겼다고 한다. 요한 23세도 하루 한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티칸은 한때 '흡연자의 천국'으로 불렸다. 사제들과 관광객들은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흡연을 할 수 있었다. 2002년, 비흡연자인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청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켰다. 이후 흡연율은 줄었지만, 바티칸 곳곳에서 담배를 문 사제를 찾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금연을 권하고 있다. 프란치스코는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청년시절 폐렴 합병증으로 한쪽 폐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2005년 4월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바티칸에서 미사를 드리는 모습. 한국일보자료사진
2005년 4월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바티칸에서 미사를 드리는 모습. 한국일보자료사진

교황은 술에 관해선 관대한 편이다.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포도주는 밀접하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과 빵과 와인을 나눠 먹으며 "이 빵은 나의 살이요, 이 와인은 나의 피니라"고 말했다. 이후 사제들은 미사 중 축성의 기도를 드리고 신자들에게 와인(미사주)를 나눠주는 경건한 의식을 치른다.

가톨릭교회는 미사주를 ‘예수의 피(성혈)’로 여기고 오래 전부터 수도원에서 직접 포도를 생산하며 와인을 만들었다. 와인전문가를 일컫는 ‘소믈리에’도 본래 수도원에서 와인 주조를 담당하는 수도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와인을 사랑한 교황은 많다. 교황 비오12세는 평상시 납작한 술병에 와인을 담아 가지고 다녔다. 와인이 소화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약이라고 믿고, 매일 최소 한 잔 이상을 마셨다고 한다.

미식가로 정평이 난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칵테일을 마신 교황으로 유명하다. 보드카가 30% 가량 섞인 칵테일을 주로 마셨다. 평소 소박한 식단을 즐기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와인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프란치스코는 신선한 야채 샐러드에 와인을 곁들인다.

교황이 여는 만찬에도 와인은 빠지지 않는다. 비오9세는 성대한 만찬을 여는 것을 좋아했다. 한번은 성 베드로 대성당 지붕 위에서 야외 만찬을 열었는데, 열 가지의 코스 요리와 다섯 종류의 와인을 준비했다. 선택 받은 '교황의 와인'은 상당한 인기를 누린다. 바티칸 여행 구매물품 1순위로 '와인'을 꼽기도 한다.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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