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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유족도 당 내부도 "밀실 야합" 반발에 진퇴양난

입력
2014.08.1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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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진상조사위 구성이 실리, 先합의 後설득은 협상전략" 항변도

특검 추천권한 재고 새정치 요청에 새누리는 "합의 물릴 수 없다" 강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특별법 여야 합의에 반발하는 유가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특별법 여야 합의에 반발하는 유가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로 격랑에 휩싸였다. 기소ㆍ수사권이 빠진 진상조사와 특검도입에 유가족은 물론 당내에서 조차 ‘정치적 야합’ ‘백기 투항’이라는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0일 끝내 재협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 박 위원장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박 위원장이 11일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안을 밀어붙일지 당 안팎의 거센 역풍을 수용해 유턴할지 주목된다.

백기투항이냐 실리 추구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야당이 요구해 온 특검 추천권을 포기하는 대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요건을 유가족 측에 유리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진상조사위 또는 야당의 특검 추천권을 박 위원장이 포기한 데다 진상조사위의 수사권ㆍ기소권까지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이날 유족들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기존 특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진상조사위가 가진 권한을 발동하기 위해선 의결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구성 요건을 유가족에게 유리하게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항변했다. 박 위원장은 무용론이 제기됐던 내곡동 특검까지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주장한 사람이 특검이 됐지만 도리어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유족 입장을 대변하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협상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여야가 합의한 대목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처음에는 “협상전략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나중에는 “유가족에게 계속 설명하다 마지막 설명을 안했고 그것 때문에 유가족이 화가 많이 났다”면서 실수를 인정했다.

박 위원장은 유족 면담 뒤에 결국은 한 발 물러섰다. 박 위원장은 청문회 증인협상과 특별법의 연계까지 시사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의원 46명이 재협상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유족과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 여야가 어렵게 합의를 했더라도 유족의 이해와 수용이 없다면 전면 재검토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 실리를 둘러싼 논란

박 위원장은 특검 추천권보다 진상조사위 실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처음부터 특별법의 핵심은 진상조사위에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와 관련해서 새누리당은 당초 여당 5명, 야당 5명, 대법원장 2명, 대한변협회장 2명, 유가족 2명을 요구했지만 여야 합의에서는 유가족 3명으로 타결됐다. 여당ㆍ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정부 입장, 야당ㆍ대한변협 추천 인사가 유족 입장을 대변한다고 가정할 경우 유가족이 2명 참여하는 것과 3명인 경우의 차이가 작지 않다는 게 박 위원장의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유족 3명이 참여하는 구성에서는 적어도 유가족을 지지할 위원을 절반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서 “청문회 증인 채택, 자료 요구 등의 의결 정족수가 확보되기 때문에 진상조사위는 지금까지 그 어떤 조사위보다 훨씬 더 진상 규명에 가깝게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협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이 2명인 경우와 3명인 경우의 차이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유족 3명은 새누리당이 가능한 피하고 싶은 안이었고 2명은 우리가 가급적 피하고 싶은 방안이었다”고만 설명했다. 유가족 측을 대변하고 있는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진상조사위가 할 수 있는 것과 수사ㆍ기소권을 갖고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다”며 박 위원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협상과 합의 강행, 박 위원장의 선택은?

박 위원장이 유족들의 반발에 막혀 재협상을 시사하긴 했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새누리당이 재협상을 받아들일 리 만무한데다 그렇다고 여당과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린다면 더 큰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청문회 증인 협상을 특별법 처리에 연계하는 방안까지 거론했지만 새누리당이 진상조사위 구성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도리어 궁박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여야 합의를 무조건 강행할 경우 당 안팎의 더욱 강력한 반발만 초래할 수 있다.

큰 틀의 합의 외에 세부적인 실무 협상에서는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히고 있다. 이날 밤 양당 정책위의장 회동에선 진상조사위 활동기간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기본 1년(12개월)에 필요 시 6개월을 연장하는 ‘12+6 방안’, 새정치연합은 기본 1년에 필요 시 1년을 추가하는 ‘12+12 방안’을 절충, 여당이 주장하는 최장 1년 6개월에서 3개월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진상조사위와 특검 일정을 두고서도 진상조사위의 요구에 따라 특검을 가동하고, 특검 수사가 미진할 경우 한번 더 특검을 발동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다만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재고하자는 야당 요구에는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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