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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안부, 눈으로 확인해야…" 주말 면회 러시

입력
2014.08.10 11:45

일부 장병 "크고 작은 가혹·인권침해 늘 있던 일"

"전군 인권교육은 '보여주기식 처방'…부대 분위기 무겁다"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더욱 늠름해진 아들을 만난 한 어머니가 대견한 아들의 뺨을 만지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더욱 늠름해진 아들을 만난 한 어머니가 대견한 아들의 뺨을 만지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여파로 군부대를 찾는 면회객의 발길이 주말 내내 이어진 가운데 한 면회객이 아들에게 줄 음식을 마련해 강원 화천지역 전방부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여파로 군부대를 찾는 면회객의 발길이 주말 내내 이어진 가운데 한 면회객이 아들에게 줄 음식을 마련해 강원 화천지역 전방부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근심이 깊어가는 가운데 10일 인천·의정부·강원지역 전방 부대에는 부모·친구 등 면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모들의 얼굴에는 아들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보다는 혹여 가혹행위 등으로 몸을 다치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의 모습이 가득했다.

외출·외박을 나온 장병은 하나같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자세로 옷차림 등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국가에 자식을 맡긴 만큼 믿고 또 믿어야죠. 그러나 어디 부모 마음이 그런가요. 직접 얼굴이라도 봐야 그나마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서…"

강원도 화천의 한 육군부대에 복무하는 아들을 만나러 온 이모(58·경기 구리시)씨 부부는 대기시간 내내 초조했다.

아들을 면회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의 아들은 지난 1월에 입대해 이제 갓 일병이 됐다.

이씨 부부는 이날 오전 8시께 구릿빛 피부와 늠름한 모습의 아들이 위병소로 걸어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군부대의 각종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며 "병영문화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강원지역 군부대를 찾아온 면회객은 평소보다 다소 늘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비슷한 시각 인천시 서구의 해병대 부대 앞에는 차량 5∼6대가 시동을 켠 채 줄지어 서 있었다.

부모들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며 외박을 나오는 아들이 위병소에 나타나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김모(47·여)씨는 "지난달에 아들을 만났지만 윤모 일병 사건 소식을 듣고 불안감에 또 면회를 왔다"며 "부대장, 소대장 등 간부들의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모(58)씨는 "포항의 해병대 부대에서 신병에게 소변기 핥기 가혹행위를 했다고 한다"며 "첫 휴가를 나왔을 때는 간부들이 '모두 잘 해준다'는 말을 했지만 오늘은 간부들에게 부대생활을 상세하게 물어보려고 한다"고 불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해병대 부대 인근 버스 정류장에는 외출을 나온 장병이 삼삼오오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취재진의 인터뷰를 사양하거나 서둘러 정류장을 떠났다.

부모를 기다리던 A(20) 상병은 "최근 윤모 일병 사건으로 부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어제 전 장병을 모아놓고 인권교육을 했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급조된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후임병들의 소통 부재가 문제다. 이등병과 일병은 동기끼리 대화하기도 어렵다"며 "계급 간 소통이 원활해야 병사들의 고충이 드러나고 대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비롯해 잇단 군부대 사고가 터진 경기 북부 지역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주말 외박과 외출을 나온 장병이 드문드문 모습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 역시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며 말을 아끼거나 다른 외박자에게 답변을 떠넘겼다.

일부 장병은 "윤모 일병을 폭행한 선임병들 같은 '악질'은 드물지만, 부대 내 크고 작은 가혹행위와 인권침해 행위는 늘 있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들도 사고가 터질 때마다 하는 정신·인권교육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경기 양주의 한 부대 소속 B(21) 일병은 "인근 부대에서 발생한 사고로 부대 분위기가 무거워지기만 했지 큰 변화는 없다"며 "전날 받은 인권교육은 평소 받았던 정훈교육과 큰 차이가 없고 보여주기 식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간부들 사이에서 '예민한 시기에 사고치면 안 된다. 언론사 취재진한테도 인터뷰해주면 안된다'는 얘기가 도는 것으로 안다"고 부대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 해병대 부대의 한 간부는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은 매우 충격적인 일로 군 전체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면피성 정신교육이 아니라 고충처리 전문상담관제 도입, 부모님과 자유로운 전화통화, 개별 집중 면담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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