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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13일 넘기자" 소환일 미루기 속내는?

입력
2014.08.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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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9~13일 출석하라" 요구에 "준비할 시간 필요" 버티기 들어가

체포동의안 처리 사실상 14일뿐… 검찰, 때 놓치면 무작정 대기할 판

신계륜(왼쪽)·김재윤 의원
신계륜(왼쪽)·김재윤 의원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의 ‘입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선상에 오른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ㆍ김재윤(49)ㆍ신학용(62) 등 3명의 의원들에게 “예정된 날짜(9~13일)에 출석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신 의원 등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음주 중반쯤에나 출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8일 신계륜 의원에게 9일 출석을 재차 통보했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유상범 3차장검사는 ‘이목지신’(移木之信ㆍ나무를 옮겨심는 이에게 상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 백성들이 법령을 믿고 따르도록 함)이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하면서 “그 동안 신 의원이 보인 모습에 비춰볼 때, 당초 약속한 날짜에 나올 것으로 믿고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의원에겐 11일, 신학용 의원의 경우는 13일로 출석날짜를 통보한 상태다.

올해 5월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신계륜 의원은 직업학교 명칭에서 ‘직업’을 뺄 수 있도록 한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그 대가로 SAC 김민성 이사장한테서 5,000만~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 김재윤 의원도 비슷한 액수를 받았고, 신학용 의원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법안 통과를 측면 지원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문제의 법 개정안은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6월 21일부터 시행됐고,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는 교명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로 바꿨다.

하지만 신계륜ㆍ김재윤 의원은 검찰이 요구한 날짜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계륜 의원실 관계자는 “금품 수수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으나, 소환조사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 다음주 중반으로 출석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일 출석하겠다고 약속을 한 적도 전혀 없는데 검찰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윤 의원도 “11일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13, 14일 정도로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은 당초 예정된 13일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 의원 3명에 대한 조사가 다음주 초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여론의 관심이 높지 않은 주말을 틈타 신계륜 의원이 9일 출석할 가능성도 있지만 새정연 관계자는 “여야 구색맞추기에 이용되지 않겠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야 구색맞추기란 검찰이 여야 의원 2명씩 총 4명에 대한 체포동의서를 한꺼번에 국회에 제출하려 한다는 예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전날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의혹에 연루된 새누리당 조현룡(69)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당 박상은(65) 의원도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에 의해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특수2부는 신계륜ㆍ김재윤 의원 2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국회 일정상 13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넘기면 상당 기간 체포동의안 처리 기회가 없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하며, 그 후에는 자동 부결된다. 15일부터 3일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처리 기회는 사실상 14일뿐이다. 특히 오로지 체포동의안 상정만을 위해 본회의를 개최한 전례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때를 놓치면 검찰로선 야당 의원들에 대해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불구속 기소로 매듭지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검찰의 ‘압박’과 야당 의원들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신계륜ㆍ김재윤 의원의 ‘출석 연기’ 요청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진짜로 결백하다면 검찰의 출석 요청에 당당히 응해서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면 된다”며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일정을 자꾸 미루려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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