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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싱크홀 미스터리… "대형공사 탓" "수도관 노후 탓" 분분

입력
2014.08.09 04:40

송파구서만 한 달 새 5건이나… 긴급 보수한 구역 또 꺼지기도

"지하수 물길 영향과 관련" 중론 속 정확한 원인 규명 시일 걸릴 듯

멀쩡하던 땅이 잇따라 움푹 꺼지고 있다. 싱크홀(Sink Hole)이라 불리는 지반침하 현상이 서울 도심, 그것도 송파구에서만 최근 한달 남짓 만에 5건이나 발생했다. 심지어 흙과 모래를 부어 메운 구멍은 이틀 만에 다시 파였다.

우연이라고 볼 수 없는 사건이 잇따르자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미궁 상태. 일부 전문가는 송파구에 앞으로 비슷한 구멍이 20~30개는 더 생길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5일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종점 부근에 갑자기 파인 깊이 5m짜리 구멍(지름 2.5ⅹ8m)에 시가 160톤의 흙 등을 쏟아 부어 응급복구를 했지만 7일 밤 다시 2m 가량 내려앉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가 사고 방지를 위해 임시 조치를 한 것”이라며 “1주일 이내에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싱크홀은 이번 건을 비롯해 올 들어 유독 송파구에서만 오금로(6월 30일), 가락로 방산초등학교 입구(7월 5일), 오금로 먹자골목(7월 9일), 잠실경기장 동문 앞(7월 17일) 등 5번이나 발생했다. 강원 영월군 등 국내에 극히 드문 석회암 지대에서나 발생한다는 싱크홀이 화강암 지대인 도심에서, 더구나 특정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니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인은 물과 관련이 있다. 보통 지층은 지표면(도로), 연약지반(모래 자갈 진흙), 풍화토, 기반 암(화강암) 등으로 나뉜다. 지하수가 흐르는 연약지반에서 일부러 물을 뽑거나, 땅 파기 공사 등으로 아래쪽에 생긴 틈으로 물과 흙이 새면서 만들어진 빈 공간이 지표면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 연약지반이 두꺼울수록 구멍이 더 깊게 패일 가능성이 높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석촌지하차도 부근은 원래 하천이었고, 연약지반 두께도 16~19m로 다른 싱크홀 발생지역보다 더 두텁다”며 “주변 지하철 공사, 건설현장 터 파기 현장 등으로 지하수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큰 공간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연히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공사장 등 부근 대규모 건설 현장이 이번 사건들의 1차 원인제공자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천병식 한양대 교수는 “롯데가 아무리 뛰어난 차수(遮水)벽을 세우더라도 땅을 깊게 파면 지하수를 100% 막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고,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따져봐야겠지만 공사를 이유로 엄청난 물을 뽑아내는 롯데와 물이 흘러드는 지하철 공사장이 주변 지역을 침하시키는 건 맞다”고 했다.

상하수도관의 노후화를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하철공사 등이 일부 영향을 줬겠지만 보통 도심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는 상하수도관 불량 탓이 크다”라며 “롯데와의 연관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역시 싱크홀 5건 중 4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제2롯데월드 공사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하수의 물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교수는 “평소 흐름이 없는 지하수가 어딘가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싱크홀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 조사를 나가보니 방이동 먹자골목 등에서 도로가 조금씩 가라앉는 게 보여 싱크홀이 20~30군데 더 생길 수도 있겠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교통부는 이날 건설안전과 등 관련 부서와 지질연구원 등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굴착작업 시 지하수 유출 대응방법이나 안전설비 규정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요청하면 전문가도 파견할 예정이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유명식기자 gija@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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