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에 풍뎅이… 강제 입맞춤… 軍 추악한 민낯 소름 돋을 지경

입력
2014.08.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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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가혹행위 23차례 달했지만 부대선 별다른 조치 않고 방치 경우도

자발적 공개로 신뢰 회복 노리지만 "이젠 도저히 軍 믿을 수 없다"

8일 서울역 여행장병 라운지에 군내 자살 예방과 병영생활 고충상담, 군 관련 범죄 신고 등을 다루는 '국방 헬프콜(SOS) 1303번' 안내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역 여행장병 라운지에 군내 자살 예방과 병영생활 고충상담, 군 관련 범죄 신고 등을 다루는 '국방 헬프콜(SOS) 1303번' 안내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병영 내에 일상화한 비인간적 폭력행위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제보가 봇물을 이루면서 군에 대한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까지 추락했다. 육군은 이례적으로 부대 내 사건사고를 연일 브리핑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제 도저히 군을 믿을 수 없다”는 피해사례 제보의 행렬을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후임병이 “건들거린다”며 얼굴 폭행

8일 육군에 따르면 52사단 소속 A상병이 지난해 7월부터 후임병 5명에게 80여회에 걸쳐 폭행, 가혹행위, 성희롱, 강제추행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구속됐다. 수사결과 A 상병은 부대 생활관에서 건들거린다는 이유로 후임병의 얼굴을 때리고, 다른 후임병에게는 목과 귀를 깨물고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을 하고, ‘성기를 빨아달라’는 등의 성희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원 철원의 3사단에서는 B상병이 GP(전방초소) 근무 중 후임병 4명의 귓볼을 만지고, 입에 풍뎅이를 집어 넣고, 수시로 머리를 조르는가 하면 혀로 땅바닥을 핥으라고 지시하는 등 온갖 가혹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B상병은 후임병 두 명에게 ‘마주보고 뽀뽀를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외부와 단절된 최전방 초소에서 B 상병의 추행과 가혹행위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총 23차례에 달했지만 부대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3사단 측은 “피해 병사들이 짓궂은 선임병의 장난으로 생각하고 참다 정도가 심해질 것을 우려해 고심 끝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고 밝혔다. 윤 일병 사망이 아니었으면 이번 사건을 은폐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육군은 이날 지난해 광주 소재 31사단에서 발생한 총기 사망사건 2건도 공개했다. 선임병의 욕설과 폭언, 암기강요,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례다. 이 부대의 C 이병은 지난해 12월 사령부 후문 고가초소 근무 중 중대장에게 후문을 열어주기 위해 동반 근무자가 초소 아래로 내려간 사이 자신의 총기로 실탄 1발을 턱밑에서 발사해 숨졌다.

이에 앞서 이 부대에서는 지난해 7월에도 D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C 이병과 D 이병의 수첩에는 괴롭힘을 당해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군 생활이 유서 형식으로 적혀 있었다. 수사 결과 각 부대의 지휘계통에 있는 중대장 이하 간부들이 줄줄이 징계 처리됐다.

육군은 전날부터 병영 내 사건사고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사소한 사건사고라도 일선 부대에서 감추거나 숨기지 않고 보고하도록 수시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서 선임병 폭행으로 비장 파열 사고도

해군에서도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12일 오후 10시쯤 경남 창원시 해군진해기지사령부 기동소대 생활관에서 선임병 2명이 신병 5명에게 ‘점호 태도가 불량하다’며 엎드려뻗쳐 등 얼차려를 주고 폭행했다. 이 가운데 옆구리를 차인 E(20) 일병은 비장이 파열돼 민간병원으로 후송, 응급 수술을 받고 한 달간 입원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군 검찰은 올해 2월 가해자인 F, G 병사를 각각 벌금 15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이들 2명은 3월15일 전역했다. 군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창원지검은 민간인 신분이 된 2명에 대해 조사를 벌여 각각 300만원씩의 벌금을 구형했다.

그러나 E 일병의 누나가 추가 피해 사실이 있다며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고, 최근 군부대 가혹행위가 사회문제화되자 창원지검은 재판부에 변론 재개 신청을 하고, 약식기소한 사건에 대해 정식 재판을 요청했다. 검찰은 벌금형 대신 징역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철원=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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