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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건 은폐·축소·조작 밥먹듯… 의문사 규명, 제3의 기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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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동기조차 설명 못하면서 서둘러 결론 내리며 끼워 맞추기
책임 묻는다고 문제 해결 안 돼… 명백하게 진상 가리는 게 우선"
군 당국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냉동식품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등 사건을 축소ㆍ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군 자살ㆍ의문사 사건 조사를 군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군대 내 각종 자살 및 의문사 사건에 대한 군의 자체 조사결과에 보내는 유족들의 신뢰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자살 사건의 경우 자살 동기조차 군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강원 원통에서 군 복무 중 목을 매 자살한 윤영준 이병의 아버지 출호(50)씨는 “멀쩡하던 아들이 사고 전날 선임병에게 욕을 좀 먹었다는 이유 정도로 자살했을 것이라 절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수사 요구에 군이 알아본 것이라곤 아들의 입대 전 학교 친구나 여자친구에 대한 것뿐”이라며 “그마저도 조금 알아보다가 뚜렷한 동기가 없다며 마무리 지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군 당국의 끼워 맞추기 수사 또는 축소ㆍ은폐 수사가 의심돼도 유족들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사건 현장이 병영 내에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군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진상 규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강원 인제에서 총기로 자살한 김문환 일병의 작은아버지 대옥(49)씨는 “사고 현장과 문환이가 입었던 야전상의에는 혈흔 하나 없고, 방상내피나 속옷에는 누군가 핏자국을 문지른 흔적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군에서는 이미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끼워 맞추기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족들이 자살로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당신들이 수사관이냐’는 답이 돌아오더라”며 “내 가족의 사인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도리어 ‘산 사람(부대 내 다른 장병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군 관계자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2005년 경기 파주에서 복무 중 목매 숨진 손상규 중위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손 중위의 동생 상천(31)씨는 “형이 목을 맨 나무는 도저히 혼자 올라가 줄을 맬 수 있는 높이가 아니고 잔가지가 많아서 줄을 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그런데도 군 수사당국은 자살 원인이 부채, 이성 문제, 개인 성격 문제라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형이 빚을 진 게 전혀 없는 사실을 내가 직접 확인해 항의했더니 수사권이 사단 헌병대에서 군단 헌병대로 넘어가 겨우 재조사가 이뤄졌다”며 “군 수사당국은 한 마디로 ‘사건 조작기관’”이라고 단언했다.
유족들은 이제는 군 자살ㆍ의문사 입증 책임을 가족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진실 규명을 위해 제3의 수사기관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상천씨는 “군에서 사망 사고가 나면 정신교육으로 부대원의 입을 막고 졸속 수사한다는 것은 군대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라며 “보강 수사를 요구하는 유족들에게 ‘자살’이라고 적힌 서류 한 장 날리고 마는 군에게만 사인 규명을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출호씨는 “지휘책임만 물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족 등 민간이 참여하는 수사기관으로 진상을 명백하게 가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04~2013년) 간 매년 평균 126명이 군 복무 중 사망하는데 자살자는 77명에 달한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김진욱기자 kimjin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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