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읍소… 진정… 가족이 직접 나서야 진실 밝혀졌다

입력
2014.08.08 04:40
구독

'가혹행위 탓 자살' 권익위에 민원… 절반 이상 사실로 밝혀져 순직처리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으로 군 사망사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군 의문사·자살자 피해 유가족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망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으로 군 사망사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군 의문사·자살자 피해 유가족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망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묻힐 뻔했던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내 공론화한 건 그의 가족이었다. 올해 4월 의사인 윤 일병 매형의 매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윤 일병 몸에 생긴 상처 등의 원인을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또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인 외삼촌이 부대 헌병대를 접촉해 사건을 캐고 친인척들도 인맥을 동원해 국회의원에게 읍소하는 등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군내 사건사고의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1년 5월 수도기계화보병사단 26여단에 소총수로 배치 받은 김모 일병은 같은 해 12월 부대 내 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해당 부대는 김 일병이 평소 우울증 및 대인 기피증 등이 있어 자살 우려가 있었고 수첩 등의 기록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글들이 기재됐다며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김 일병이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가 국민권익위원회에게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선임 병사들은 김 일병에게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지속적으로 가하고 폭언을 퍼부었으며, 지휘관들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등 정신과 치료를 받는 김 일병을 방치하는 등 제대로 관리ㆍ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권익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김 일병의 사망원인을 재심사해 순직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2011년 1월 해군 작전사령부 5전단에서 갑판병으로 복무하다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ㆍ욕설 및 가혹행위 등으로 같은 해 8월 목을 매 자살한 박모 일병도 김 일병과 마찬가지로 가족이 권익위에 민원을 넣은 후 일반 사망에서 순직으로 변경됐다. 2012년 7월 자살을 했더라도 구타ㆍ가혹행위 등의 원인이 밝혀지면 순직으로 처리할 수 있게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이 개정된 이후 권익위에 접수된 46건의 순직 요청 가운데 절반 이상인 24건이나 순직 처리됐다.

조성주 군경의문사 진상규명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군내 조사기구가 조사기록부나 초동 수사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등 투명성 있게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유가족들은 군을 믿을 수 없게 된다”며 “일어난 사건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내용도 제대로 알려 주지 않고 쉬쉬하는 군대 때문에 가족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