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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軍의 ‘셀프 감사’ ‘자체 조사' 믿을 수 있겠나

입력
2014.08.07 20:00
5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시민 감시단이 군 문화 개선을 촉구하며 메모와 풍선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시민 감시단이 군 문화 개선을 촉구하며 메모와 풍선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감사관실이 지난 5일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군의 축소ㆍ은폐 보고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대상은 사건이 발생한 28사단을 비롯해 6군단과 3군사령부, 육군본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 지휘선상의 모든 부대가 포함됐다. 국방부는 “석 달 동안 왜 이 사건이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았느냐는 데 감사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일병에 대한 야만적인 가혹행위의 실상을 알고도 묵살하거나 의도적 축소ㆍ은폐에 가담한 당사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의혹의 고위 당사자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김 실장이 윤 일병 사건의 실상을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가를 가리는 것은 이 사건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김 실장이 윤 일병 사망 이튿날 가슴부위 등을 수십 차례 폭행당해 기도폐쇄로 숨졌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야당에서 공개한 국방부 자료에는 윤 일병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된 보고서를 받았다고 돼있다. 당초 설명한 내용과 달리 ‘지속적 구타, 가혹행위’가 추가돼있다. 뿐만 아니라 보고 대상에는 장관, 차관과 합참의장이 포함돼 있어 군 수뇌부가 이 사건을 초기에 인지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당시 보고서에 엽기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진위 여부를 국방부 감사관실이 명확히 가려낼 수 있느냐는 우려가 크다. 상명하복에 철저한 군의 특성상 상급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거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당사자들의 해명만 듣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군의 ‘셀프 감사’에 맡겨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현행법상 군단급 이상 부대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감사원에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이 재판부를 28사단에서 3군사령부로 이관하면서 수사를 3군사령부 검찰단에 맡긴 것도 재고해야 한다. 3군사령부가 감사 대상에 들어있는 상황에서 피감기관이 수사 주체가 되는 모순이 생긴다. 더구나 어제 군 인권센터가 군 당국이 윤 일병 사망원인을 은폐했다고 폭로하는 등 새로운 사실이 연일 드러나는 것을 보면 ‘셀프 수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적 신뢰를 받기 위해서라도 군의 재수사 과정에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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