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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밖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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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향유는 권리다. 대통령도 예외 없다. 그러나 유명세는 인기의 반대급부다. 시선 밖 권력은 전횡한다. 요인 거취 은닉은 암살 차단을 위해서다. 과거 행적을 숨길 이유가 없다.
“케네디가 백악관에서 가끔 자취를 감추는 것이 딴 여성과 밀회를 즐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골프를 치기 위해서인지를 미국 국민이 꼭 알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것은 대중의 호기심이요 일종의 관음증이다. 하지만 9·11 사태 당시 부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을 포함해 모든 사실을 꼼꼼히 조사해 밝히고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자명하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보고를 받고 어떻게 판단을 하고 어떤 조처를 내렸는지를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히 ‘부시형 궁금증’이다. (…) 그런데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행적 문제를 스스로 ‘케네디형 스캔들’로 만들어버렸다. 새누리당 역시 “대통령의 사생활”이니 뭐니 하는 말로 대통령을 ‘관음증’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데 일조했다. 급기야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당시 행적을 둘러싸고 증권가 정보지 등에 나도는 루머를 활자화했다. 정아무개씨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웃나라 국가원수에 대한 미확인 소문을 기사화한 무례함과 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 문제는 이런 국제적 스캔들을 자초한 것이 청와대라는 점이다. (…) 지나놓고 보면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만큼 허망하고 공허한 것도 없었다. 그것은 하나 마나 한 말이었고, 실제로 현장에서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지시였다. 대통령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시를 내렸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이런 모든 것을 복기해서 국가적 재난사태 발생시 청와대의 적정한 행동수칙을 만들자는 게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밝히려는 본뜻이다. (…) 이제 청와대도 산케이 보도 등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아무개씨를 만난 게 아니고 사실은…”이라고 해명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대통령에 대한 관음증을 부추기는 청와대(한겨레 기명 칼럼ㆍ김종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역대 대통령에겐 모두 역린이 있었다. 역린을 건드린다는 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맞선 정두언 의원처럼 말이다. 하지만 역린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될 때 정권은 예외 없이 곤두박질쳤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전 보좌관 출신 정윤회 씨 논란을 현 정부가 역린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정 씨는 인사 비선(秘線) 의혹을 넘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몰래 만난 당사자로 떠올랐다. 한국 신문의 한 칼럼에서 소개한 풍문(風聞)은 일본 신문에까지 보도되면서 점점 그럴싸한 얘기가 돼가고 있다. 청와대는 정 씨 얘기만 나오면 질겁한다. 박 대통령이 이 문제에 얼마나 예민한지 아는 탓이다. 너무 황당무계해 예민할 수도 있다. 또 정 씨 관련 의혹은 아직까지 실체가 없다. 없는 것을 없다고 밝히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침묵은 세간의 호기심을 점점 자극하고 있다. 조사할 사안이 아니라면 명쾌한 해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정 씨의 행적보다 청와대의 침묵이 더 미스터리다.”
-대통령의 역린(동아일보 ‘@뉴스룸’ㆍ이재명 정치부 차장) ☞ 전문 보기
보수적 진보. 형용모순은 현실이다. 개탄이 나온다. 개혁 표방 집단에서 기득권 집착이 자심하다니. 좌파의 힘은 이론. 철없단 핀잔을 들을지언정 무식하다고 조롱 당해서야 되겠나.
“야당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예정된 운명이 있다. 박영선 비대위에서도 이 운명을 거스를 만한 예외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 사실 비대위 기능은 따로 있다. 첫째, 당이 위기를 일시 모면하기 위한 피난처의 제공이다. 벌레가 위험에 직면할 때 죽은 척하는 것과 같다. 둘째, 다음 지도부 출범까지의 지루한 시간을 때워주는 막간극 공연이다. (…) 1806년 런던에서 한 교수가 여섯 시간 전 교수형당한 이를 살려내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해서 언론이 요란하게 보도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죽은 이에게 전기를 흐르게 했다. 그러자 턱이 떨리기 시작했고, 턱 근처의 근육이 뒤틀리더니 왼쪽 눈이 떠졌다. 당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정권의 무능이 전기 충격처럼 야당의 죽은 근육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설사 목숨이 붙어 있다 해도 보수정권의 실정과 무능에 의존해 생존하는 식물정당일 뿐이다. 이런 생존 대가로 야당은 보수정권의 어지러운 거실을 가리는 화초 노릇을 해준다. 반쯤 주저앉은 정권과 죽은 정당이 서로를 지탱해주는 파국적 균형이다. (…) 야당은 생각보다 여러 시도를 했다. 그런데도 당이 살아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해 보지 않았던 것에 해답이 있는지 모른다. 당 조직 재건과 리더십 교체다. 엄두가 안 난다고 포기할 일이 아니다. 다 죽은 마당에 못할 이유가 없다. (…) 새정치연합은 의원 1인이 각자 정당 행세를 하는 봉건제적 당이다. 이 당을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통일성과 규율이 있는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면 각자 손에 쥔 한 줌의 기득권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비대위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의원들은 지금 작은 기득권 때문에 무너진 집의 서까래에 깔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니다(경향신문 기명 칼럼ㆍ이대근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산업과 기술은 진보의 가치를 체현하고 정치적 상징자본을 확보할 주요한 수단이다. 친환경 농산물의 신뢰도를 대폭 높여 동아시아 고급식품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할 때 비로소 농촌 살리기와 유기농이 진보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자동차 안전기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급발진과 에어백 미작동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을 통해 비로소 ‘안전’이 진보의 정치적 지지 근거가 된다. 탈원전이라는 목표를 전기산업의 구조개혁 및 에너지기술의 혁신과 결합시킨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때 비로소 생태주의가 ‘먹고사는 세계’로 내려와 진보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 진보의 도덕이 늘 구호의 수준에 머물고, 진보의 정치가 늘 뭔가를 반대하는 일에 그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 진보에게 식량과 자동차와 전기를 정치화시킬 비전과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 당대표가 물러나고 친노가 복귀하고 세대가 교체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가 486 정치인들보다 사상적으로 더 젊고 신선해 보이는 지금, 사람을 바꿈으로써 개혁하자는 얘기는 환상이다. 물론 정치에서는 사람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라는 게 비전과 전문성과 정책의 여집합이라면, 사람 중심의 정치는 개혁의 적이자 정치 냉소주의의 근원이다. (…) 비상대책위원회는 매서운 훈장 역할을 해야 한다. 의원들을 무한청문에 뺑뺑 돌려서 사상과 지식의 밑천을 드러내고, 6개월 동안 도서관과 현장을 오가며 보고서를 써서 발표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평가에 부쳐 차기 공천에 반영해야 한다. (…) 이래야 집권할 때 이뤄질 변화를 구체적으로 기대할 수 있고, 계파 정립과 야권 통합도 명분과 질서를 가지고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바뀌어도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사람’ 중심의 정치를 집어치워라(한겨레 ‘세상 읽기’ㆍ이범 교육 평론가)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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