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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부대 동료 병사가 사건 알리는 데 결정적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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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병사가 사건 발생 직후 헌병대서 거짓진술 등 내막 귀띔
자수 거듭 설득해도 듣지 않자 고민 끝에 장교에 알려 수사 시작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이 전모를 드러낸 데는 내막을 전해들은 동료 병사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병사 중 한 명에게 사건 일체를 전해 들은 같은 부대 동료 병사가 헌병대에 제보를 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윤 일병 사망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가해병사인 지모 상병은 4월 6일 사건 발생 직후 흡연장에서 만난 A모 상병에게 “나 육군 교도소에 갈 수도 있겠다”면서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 상병은 오후 늦게 A상병을 흡연장에서 다시 만나 “아까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둘만 알고 있자. 입을 맞춰서 헌병대에서도 거짓으로 진술했다. 단순 사고로 처리하겠다”고 입단속에 나섰다. 이에 A상병은 “윤 일병이 깨어나거나 또는 잘못돼 부검이라도 해서 폭행 흔적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 사실대로 말하라”고 설득했고 지 상병은 “윤 일병이 이대로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나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주동자인) 이 병장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두려워했다. A상병의 거듭된 설득에도 지 상병은 “모르겠다. 나만 입 닫고 있으면 잘 해결될 것 같다”면서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A상병은 고민 끝에 오후 10시40분쯤 본부포대장인 김모 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들은 내용을 제보했다. A상병은 제보 이유를 묻는 김 대위에게 “사람이 죽어가는데…. 도저히 양심에 찔려서 입 닫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위는 가해병사들을 불러 사고경위를 조사했으나 이들은 일제히 혐의를 부인했다. 김 대위는 이어 구타현장에 있었던 의무대 장기입실자인 김모 일병을 조사했고, 김 일병은 처음에는 “자고 있어서 잘 모른다”고 답변했으나 A상병의 제보를 근거로 추궁하자 결국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이에 앞서 주동자인 이 병장은 사건 발생 직후 김 일병에게 “○○씨(김 일병의 이름)는 (윤 일병 구타 당시) 자고 있었던 거에요”라고 입막음을 시도했다.
이러한 결정적 제보와 증언이 있었지만 군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사건 다음날인 7일 오전 9시 이후에야 가해병사들을 헌병대로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목격자인 김 일병은 사후 진술에서 “7일 아침 하모 병장이 윤 일병 관물대를 열어 수첩과 연습장을 찢었고 윤 일병 물건을 더플백에 넣어 어딘가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제보자인 A상병은 이후 헌병대 조사에서 ‘제보에 따른 보복이 두렵거나 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후회되지 않는다. 윤 일병과 부모님이 억울함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A상병은 제보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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