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지속적 가혹행위 전모 보고받고도 간과 의혹

입력
2014.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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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보고 사흘 뒤 군 수뇌부 회의… 한 달간 가혹행위 전수조사 지시

심각성 충분히 인지한 정황 "구체 내용 몰라" 거짓해명 가능성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초기에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등 상당한 전모를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 당국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ㆍ은폐 의혹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고 해명했던 김 실장을 두고 거짓 해명 의혹도 커지고 있다. 야당은 “김 실장이 사건의 실상을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며 김 실장의 경질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관진, 알고도 모른 척 거짓 해명 논란

6일 새정치민주연합 국방위 소속 윤후덕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 8일 오전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에게 “중요사건 서면 보고”형태로 1차 보고한 뒤 곧이어 조사본부장이 대면보고 했다. 당시 보고 문건에는 “병영부조리 확인 결과, 사고자들이 사망자 전입 후 지속적으로 폭행 및 가혹 행위한 사실이 확인됨”이라고 적혀 있다. 또 “‘쩝쩝 소리를 내고 먹는다’는 이유 등으로 사고자들로부터 손과 발 가슴, 및 목 부위 등을 수십 회에 걸쳐 폭행” 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사망자가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말하고 쓰러지자, 사고자가 ‘꾀병부린다’며 뺨 폭행” 등 폭행 경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앞서 국방부가 지난 4일 “김 실장은 국방부 장관 재직시 구타에 의한 사망 사건으로 보고 받긴 했으나 엽기적인 폭행 내용과 지속적인 가혹 행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던 것과 달리, 윤 일병이 전입 이후 장기간에 걸쳐 가혹 행위에 시달린 사실과 사고 당일의 구체적 폭행 내용이 김 실장에게 보고된 것이다.

이 밖에도 김 실장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은 여러 군데 나타난다. 김 실장은 보고를 받은 뒤 군 기강 확립 군 수뇌부 회의를 11일 열었고, 이후 4월 한달 동안 전 부대를 대상으로 가혹행위 전수조사를 벌이는 내용의‘전군 부대 정밀진단’을 실시토록 지시했다. 35년 만에 구타 및 가혹행위를 금지하는 공식명령을 하달할 정도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며 기민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그런데도 김 실장은 사건 관련 책임자들을 징계하는 데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김 실장은 보고 당일 관계자 엄중 처벌 지시를 구두로 주문했지만, 징계대상자 16명 중 8명에 대해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견책’ 처분에 그쳤고 28사단 사단장에 대해는 징계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문책론이 비등한 가운데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장에서 김 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문책론이 비등한 가운데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장에서 김 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김관진 경질해야”여당 “추가 인책은 없다”

야당은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은 김관진 실장의 중대한 직무유기”라며 김 실장의 경질을 촉구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핵심은 은폐다”며 “김 실장은 사건을 다 알고도 회식 중 윤 일병이 사망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며 김 실장 경질을 촉구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도 “김 실장이 장관이던 때 해병대 총기난사사건, 북한군 노크귀순, 무인기축소ㆍ은폐 사건이 발생했다”며 “비겁하게 부하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추가 인책론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김 실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육군참모총장이 책임졌으면 책임을 다 진 것”이라고 김 실장 엄호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 실장이 국방장관 시절 부대 내 사고가 나도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김 전 장관도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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