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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늘어나는 규제, 또 이벤트만 하는 정부

입력
2014.08.06 04:40

끝장토론 52과제 중 14건 만 해결, 4개월 만에 오히려 13건 증가

정부, 오는 20일 다시 점검회의 / '모든 규제=암덩어리' 시각엔 우려

정부가 다시 규제 개혁의 고삐를 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며 강한 의지를 보였던 ‘끝장토론’(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4개월여. 하지만 규제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자 또다시 이벤트를 마련해 규제 완화의 추진 동력을 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규제 = 암 덩어리’라는 편향된 시각을 유지하는 한, 이런 악순환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각 부처는 20일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앞두고 초비상 상태다. 전날 차관회의에서 부처마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어떤 규제들을 풀 수 있는지 취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맞춰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개선과제 발굴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약 600개의 개혁 과제를 추려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특히 하반기에는 금융 규제 개혁에 힘이 실린다. 정책금융기관의 중복, 과다 문서 요구 등 불합리한 금융 관행과 행정지도 같은 숨은 규제를 개선하는 등 규제 관련 비용을 줄이고, 금융이용 불편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회의 형식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청와대는 1차 공개 끝장토론이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 관련 규제 혁파에 누구를 초대할지, 진행방식은 어떻게 할지 다각도로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끝장토론은 이후 규제가 13건이나 늘어나고 체감도도 떨어지는 등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정부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현재 중앙부처에 등록된 총 규제건수는 1만5,326건으로 올 1월 초 기록한 1만5,282건 보다 44건 늘었다. 지난해 8월 1만5,051건에서 11월 1만5,207건을 거쳐 올 2월 1만5,311건, 5월 1만5,323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감안하면 예상을 밑도는 성과다.

세종로 정부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종로 정부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지난 3월 끝장토론 이후 국토교통부(9건), 해양수산부(2건), 문화체육관광부(2건) 등 일부 부처를 중심으로 총 13건의 규제가 늘었다. 신설된 규제는 ‘폐쇄회로(CC)TV의 설치기준 및 안내판 설치’(국토부), ‘선박평형수 교육기관 지정’(해수부) 같은 안전에 관한 것들도 있었지만, 불필요한 규제들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끝장토론 때 제기된 52건의 개혁 과제 중 실제 해결된 건 14건에 불과할 정도로 미진하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규제 별 처리시한까지 명시하며 의지를 보였는데, 실제로 상반기 해결을 목표로 했던 25건의 과제 중 단 7건 만이 마침표를 찍었다.

구호만 요란했을 뿐, 실효성 없는 개혁으로 문제가 드러난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가 적극 나서 서울 양평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관광호텔 건립을 적극 추진했지만, 영등포 구청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과도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또다시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나서는 것에 대해 기대 못지 않게 우려가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병선 서울대 교수는 “규제를 무조건 없애야 하는 것에서 규제의 질적인 측면을 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칫 기업 논리에 치우쳐 안전 등 꼭 필요한 규제가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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