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경 직전까지 수액 맞으면서도 잔혹한 폭행 당해

입력
2014.08.0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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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시민 감시단이 군 문화 개선을 촉구하며 메모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시민 감시단이 군 문화 개선을 촉구하며 메모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대원들의 가혹 행위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은 사망 직전까지 부대원들이 꽂아 놓은 수액을 맞으면서 구타를 당했던 사실이 군 당국의 수사기록에서 드러났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구타도 모자라 사망 직전까지 수액을 꽂아가며 지속적인 폭력을 가한 끔찍한 범죄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5일 군 검찰 등에 따르면, 사건 전날인 4월 5일 밤 윤 일병을 향한 부대원들의 폭행이 시작됐고, 이튿날 아침에도 폭행은 이어졌다. 이모 병장이 자고 일어난 윤 일병의 뺨과 허벅지 등을 7차례 이상 때리더니 오전 10시쯤에는 침대 밑으로 가래침을 2차례 뱉고 그 때마다 윤 일병이 핥아먹게 했다. 이후 기마자세와 엎드려뻗쳐 등 가혹행위가 계속되면서 윤 병장이 힘들어 헉헉대자 부대원들은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직접 비타민 수액을 주사했고 그 사이에도 폭행은 끊이지 않았다.

이어 오후 3시30분쯤 냉동식품을 사와서 함께 먹기 시작했다. 부대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회식이다. 하지만 윤 일병은 쩝쩝거리고 먹는다는 이유로 가슴과 뺨, 턱을 맞았고 입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또다시 먹어야 했다. 이 때도 윤 일병은 몸에 수액을 꽂은 상태였다.

윤 일병은 음식을 먹느라 대답을 잘 못했다는 이유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생지옥 같은 상황이 끊이지 않으면서 오후 4시25분쯤 정신이 혼미해진 윤 일병이 반발을 하자 이 병장과 이 상병은 윤 일병의 배를 때렸고, 연이어 지 상병이 폭행을 할 때 하 병장은 망을 보기도 했다. 부대원들은 윤 일병의 성기에 연고를 발라 성적 수치심을 조장하며 낄낄 대기도 했다. 이날 군 검찰이 가해자들에게 성추행 혐의를 추가한 것은 그 때문이다.

5분 뒤 윤 일병은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쓰러졌다. 하지만 부대원들은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윤 일병을 향해 꾀병을 부린다며 또다시 뺨을 때리고 배와 가슴 부위를 무차별 가격했다.

살려는 일념으로 간신히 버티던 윤 일병이었지만 이번에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낄낄대며 떠들던 부대원들은 당황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오후 4시42분쯤 지휘통제실에 보고했다. 이어 윤 일병은 구급차에 실려 연천의료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부대원들은 윤 일병이 실려간 뒤 범행을 부인했다. 심지어 윤 일병의 메모가 담긴 수첩을 찢어버리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윤 일병이 깨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말을 바꿔 일부 가혹행위를 시인하기도 했다. 부대원들이 뒤늦게 안절부절 하는 사이 윤 일병은 7일 오후 4시20분쯤 뇌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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