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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셀프개혁 한계…민간 참여 독립기구 통해 감시 강화를

입력
2014.08.0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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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날 때마다 급조·졸속 대책, 군인 인권 보장 패러다임 전환

정치권 무관심 속 답보상태 軍 인권 기본법 제정도 시급

軍 입김에 병영선진화 지지부진 지휘관 책임 엄격하게 물어야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으로 우리 군의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병영관리 제도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군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만 10차례에 달하고 매년 구타와 가혹행위로 추정되는 의문사로 인해 150여명의 병사들이 숨지고 있다. 그 때마다 군 당국은 대책을 급조해 발표했지만 참혹한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숨통을 틔우는 병영관리 개선차원이 아니라 벽을 허물어 군인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군에 맡겨선 안돼… 민간 참여 보장돼야

군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관건은 ‘어떻게’가 아니라 ‘누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더 이상 군의 ‘셀프 개혁’에 맡겨서는 안되고 외부의 독립기구를 통한 민간의 참여와 감시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다수 국방 전문가는 “군의 병영관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끄집어 내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독일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에서 시행 중인 ‘국방감독관’ 제도를 제도적 장치로 제안했다.

실제 병사들은 군 내부의 고충처리기구를 상당히 불신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내용이 공개돼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진정사건을 분석한 결과, 군 내부의 소원수리를 경유하지 않고 진정한 경우는 106건으로 군의 권리구제 절차를 거쳐 진정한 경우 53건 보다 2배나 많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5일 “병사들이 군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외부로 고충처리의 문을 여는 것”이라며 “외부의 감시를 통해 군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인권 친화적 환경에서 존중 받으며 복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인의 권리보장과 인권교육 내실화

제도뿐만 아니라 법으로도 군인의 인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로 군인의 의무만 강조하다 보니 헌법과 법률에 적시된 기본권이 무시돼 왔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제저리걸음인 ‘군 인권 기본법’ 제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구타, 가혹행위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사고 발생 후 적절하게 대응한 지휘관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피해자의 책임추궁은 엄격히 제한하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권교육을 내실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율적인 병영문화 조성을 통해 상명하복과 집단 따돌림의 부작용을 병사들이 스스로 줄여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대안으로 꼽힌다. 성주목 법무법인 다임 대표 변호사는 “군인 대상 인권교육을 도입해 간부를 상대로 점수까지 매겼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강군 육성을 앞세우며 다 빼 버렸다”며 “병영문화 선진화 제도들이 군의 입김으로 유명무실해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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