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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가혹행위에 고작 이런 처벌이…"

입력
2014.08.05 18:36

5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가해자들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가해자들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대 내 가혹행위 가해자가 제대 후 기소돼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사례들을 살펴보면 지금도 군대에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갖가지 가혹행위가 가해지는지 알 수 있다. 판결도 피해자와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5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12년 10월 ‘심심하다’는 이유로 정신교육 시간에 후임병의 발바닥을 라이터불로 지진 김모씨는 지난해 6월 창원지법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김씨는 같은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쓰게 한 뒤 공기 흡입구를 손으로 막아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군대 내 계급 간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범죄의 나쁜 죄질을 지적하면서도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이등병 후임이 혼자서 군내 매점(PX)에 갔다는 이유로 침상에 눕혀 손바닥과 팔꿈치로 성기를 때린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달리기를 못한다’ ‘잠을 깨웠다’ ‘행동이 느리다’ 등 후임병들에게 갖가지 트집을 잡았던 박씨는 발로 가슴과 복부를 때리는 마구잡이 폭행에서부터 앉았다 일어서기 400회 등 부당한 얼차려(간접체벌)를 강요했다. 담당 재판부는 박씨가 피해자와 합의를 하고 나이가 어린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은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까지 저지른 선임병 2명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군대 내 가혹행위를 그릇된 집단문화로부터 파생된 악습으로 지적하면서도 가해자의 전과나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을 참작해 처벌에는 관대한 편이다. 2010년 서울고법은 후임병을 폭행한 선임병에 대한 판결에서 “군대 내 구타나 가혹행위는 탈영이나 자살, 총기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도 후임병 시절 선임으로부터 비슷한 형태로 폭행을 당한 후 타성에 젖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과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폭행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이 가벼워지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관의 가혹행위를 피하거나 구제받기 어려운 폐쇄적인 군대 환경을 고려하면 엄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경한 변호사는 “군대 내 가혹행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평가가 많다”며 “군의 특수성을 고려한다 해도 엄정처벌 사례를 남기는 것이 재발방지와 군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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