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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외치는 교황들, 가슴 속엔 승부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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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평화"를 외치는 교황들에게도 '승부 욕구'가 존재한다?
전세계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황들에게도 중립적이지 않은, 지극히 사적인 취미생활이 존재한다. 바로 축구다. 1970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27년간 바티칸을 지킨 요한 바오로 2세(사망·폴란드)부터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87·독일), 그리고 1282년만에 탄생한 비유럽 국가 출신의 현직 교황인 프란치스코(78·아르헨티나)까지 우리가 알 만한 교황들은 모두 가슴에 품은 축구팀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오는 14일(한국시간)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문난 축구팬이다. 아르헨티나 추기경을 역임할 때도 클럽 정회원으로 가입해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장에 찾아가 경기를 관전했다. 집전 미사에서 "신자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빛이 밝혀진 로마의 올림픽스타디움이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산 로렌소 구장처럼"이라고 말해 애정을 드러낸 일화 또한 유명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하는 축구 클럽인 산 로렌소는 리버 플레이트와 보카주니어스, 라싱, 인데펜디엔테 등과 함께 아르헨티나 5대 명문 클럽에 속한다.
산 로렌소의 탄생 배경이나 지지층을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과 딱 어울리는 팀이기도 하다. 이 팀은 106년 전인 1908년, 로렌소 마사 신부가 알마그로 지역 거리 축구팀에게 성당 뒷마당을 경기장으로 제공한 것을 계기로 팀이 창단됐다. 창단 이후 지금까지 보에도 지구에 거주하는 서민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낮은 곳을 먼저 살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과 오버랩된다.
교황에게 산 로렌소가 특별한 클럽인만큼 산 로렌소에게도 교황은 매우 특별한 팬이다. 산 로렌스 클럽은 프란치스코가 교황에 즉위하자 그를 명예회원으로 추대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회원번호를 영구 결번해 그의 교황 즉위를 기념했다. 지난해 말 2013-2014 정규리그 전반기 우승을 차지한 산 로렌소 구단은 우승트로피를 교황의 77번째 생일 선물로 전해 화제가 됐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팬으로, 2012년 독일대표팀 간판 공격수인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바티칸으로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은 아르헨티나 출신 현직 교황인 프란치스코와 독일 출신의 전직 교황인 베네딕토 16세(87)의 대리전으로 비춰지며 '바티칸 더비'로 불리며 많은 흥미를 제공했다.
지난 2005년 사망한 요한 바오로 2세는 SS라치오(이탈리아)의 팬으로 알려졌다. 아마추어 팀의 골키퍼로 활약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교황 취임 당시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경기 중계방송을 꼭 봐야 한다며 교황 취임식 시간을 미루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교황청 주최로 올스타전을 열어 로베르트 바지오를 비롯한 유명 선수들을 로마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였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사망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는 "요한 바오로 2세는 세계 축구계의 오랜 벗"이라며 그를 추모하기도 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영상] 베네딕토 16세와 만난 미로슬라프 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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