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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야당의 존재 이유 질문받는 상황"

입력
2014.08.0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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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도록 혁신노력 안 보여… 투쟁만 일상화에 국민들 염증

이정현 당선, 지역주의 금 간 것… 정의당 포함 야권 재구성 필요"

김부겸 전 의원
김부겸 전 의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함께 지역구도 타파에 도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3일 “정의당을 포함한 야권의 제반 세력이 참여하는 야권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ㆍ30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연합이 기존 틀을 깨는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하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이후 민주당은 10여 년 동안 새로운 세력과 인물을 합류시키지 않고 기득권에 안주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원이 호남에서 지역주의 아성을 먼저 허문 데 대해서는 “지역감정이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지만 이제 금이 간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보다 더 큰 대립과 갈등은 수도권 대 지방의 분열로 이동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계파 내세우다 돌팔매 맞을 것”

김 전 의원 이번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정당의 존재’ 이유부터 거론했다. 그는 “우리 당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했다”면서 “정당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파 갈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_새정치연합의 참패 원인은 무엇인가.

“6ㆍ4 대구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야당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당신들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까 혼을 낸 것이다.”

_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향후 혁신 과정을 통해 당내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세력ㆍ인물들을 합류시켜야 한다. 열린우리당 이후 10년 넘게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다 보니 민심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감각을 잃어버렸다.”

_계파갈등도 문제 아닌가.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지도자들이 벌어놓은 재산을 후배들이 지금껏 먹고 살아왔다. 정작 자신들의 재산은 불리지 않다 보니 이번에 밑천이 바닥났다. 지분 다툼도 재산이 있을 때나 하는 것이다.”

_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이 나서라는 주장도 있다.

“내가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문 고문 본인도 이런저런 고민이 있을 것이다.”

_비대위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 상황에서 상시적인 위기관리는 의미가 없다. 내후년 총선 승리를 위한 기틀을 다져야 한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바꿀 수 없는 게임의 룰을 만들어내야 한다.”

_비대위원장은 당 안팎 어디가 좋은가.

“박영선 원내대표가 겸임하더라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획기적인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외부인사가 하는 게 맞다. 박 원내대표의 능력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당내 인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_강온파를 포함한 노선 갈등도 예상되는데.

“국민들은 투쟁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는 정치에 염증을 내고 있다. 물론 다부지게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투쟁이 일상화해선 안된다. 노선보다는 정치하는 행태 자체를 되돌아봐야 한다. 말을 격하게 한다고 해서 투쟁성이 높은 게 아니다.”

“이정현 의원이 지역구도 바꿀 계기 만들었다”

대구에서 지역구도 타파에 도전하고 있는 김 전 의원으로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승리를 예사로 볼 수 없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총선 때 ‘대구의 강남’에서 40%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자신의 경험을 거론하면서도 이 의원의 성취에 대해서는 못내 부러운 눈치였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특히 가깝게 지냈던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는 상당히 안타까워했다.

_이정현 의원의 승리를 본 소감은.

“거울효과라는 게 있지 않나. ‘저 쪽에서 찍지 않으니 우리도 안 찍는다’는 풍토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정현 의원의 당선으로 내게도 좀더 나은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대구ㆍ경북은 언제쯤 마음을 열 것 같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3선 도전하면서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지역감정을 부추긴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국민들도 이젠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행태에 신물이 났다. 이정현 의원의 당선은 견고해 보였던 지역주의에 금이 갔음을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여당은 호남에 더 투자해야 하고, 야당도 영남에서 좋은 재목들을 길러내야 한다.”

_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는 어떻게 받아들이나.

“너무 안타깝다. 손학규 정도 되는 자산을 지금 야당이 어디서 구할 수 있겠나. 큰 손실이다.”

_손 고문을 계기로 계파 수장의 결단 요구도 강하다.

“그런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스스로 역할을 조정하거나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인적 자원의 한계에 도달한 야당에서 후배들이 중진 등에 총질하는 모습이 되면 안 된다.”

_486세대의 맏형으로 세대교체론은 어떻게 보나.

“486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각자 서 있는 위치와 보여준 행태가 달랐기 때문이다. 다만 486이 대학 시절 가졌던 집단적 권위의식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들이 가졌던 민주적 가치와 국가 비전은 사라지고 그냥 당내 여러 세력 중 하나로 남아버렸다. 야당의 미래가 될 후배들을 키우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중진은 때 묻은 정치세력 취급이나 받고 486도 속물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니 재보선에서 야당이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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