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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조기 등판?' 위기의 새정치 새선장 고민

입력
2014.08.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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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정애 의원의 '하얀 봉투'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정애 의원의 '하얀 봉투'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7ㆍ30 재보선 참패로 지도부 공석 사태를 맞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재인 구원 등판론’이 부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 수장이자 선거 패배 책임이 상대적으로 덜한 문재인 상임고문이 직접 차기 당권 경쟁에 뛰어들어 당 재건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 아직 3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자칫 조기 등판으로 여권의 공세가 집중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향후 문 고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일 상임고문단과 간담회를 갖고 비대위 구성과 차기 전당대회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상임고문단은 이날 전당대회를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해 내년 1월말~3월 중 정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의견을 제시해 내년 초 전대 개최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은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잇따른 선거 패배로 위기에 처한 당 혁신 작업을 맡아 다음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일단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5선의 정세균, 4선의 추미애, 3선의 박지원, 재선의 이인영 의원 등이 각 계파를 대표해 거론되고 있으나, 차기 당권의 실질적인 관건은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친노계 리더인 문재인 고문의 출마 여부다. 친노계의 한 재선 의원은 “현 상황에서 문 의원이 결심만 한다면 당권을 쥘 가능성은 크다”며 “하지만 조기 등판시 대선 주자로서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노 그룹 일각에선 문 고문이 현재 당이 처한 위기 상황을 자신의 정치력을 증명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문 후보 대선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한 의원은 “사실상 문재인의 경우 (대선) 후보 외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없지 않나. 문재인만의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대권도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승승장구한 사례를 벤치마킹 해보자는 거다. 특히 2016년 총선까지 특별히 정치력을 검증할 무대가 없다는 점도 문 고문의 당권 도전을 압박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문 고문이 조기 등판하면 여권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될 게 뻔하고, 만약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권행보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번 재보선 패배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손학규 상임고문마저 정계은퇴를 선언한 마당에서 문 고문은 당내 자산으로 아껴둬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명숙 의원 등을 내세워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이는 책임정치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친노계 의원들 다수는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백지상태”“지금은 숨 죽이고 차분히 반성할 때”라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당장 전남 순천 곡성의 경우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후보가 문 고문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패배한 만큼 총대를 메고 차기 당권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만간 꾸려질 비대위가 차기 당권과 대권 경선 룰을 정해 전초전 양상을 띠는 만큼 비대위 인적 구성에서부터 차기 당권 구도의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현재 야당의 혼란은 차기 주자들이 전면에 다 등장해서 비전과 리더십 경쟁을 세게 하고 그 힘으로 앙시앙 레짐을 깨는 것 밖에 없다”며 “다만 이 같은 무대를 공정하게 세팅하기 위해서는 비대위가 당내 인사들끼리의 전유물이 아니라 외부 인사도 참여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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