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나경원 '천군만마'… 김무성號 더욱 힘실린다

이, 친박·대야관계 매개 역할… 나, 당 장악에 조력자 역할 기대

단기간에 탄탄한 입지 구축,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 임명

7·30 재보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31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지도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철호(경기 김포) 김제식(충남 서산·태안) 이종배(충북 충주)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 이완구 원내대표, 김용남 의원(경기 수원병), 김무성 대표, 정미경(수원을) 유의동(경기 평택을) 정용기(대전 대덕) 배덕광(부산 해운대 기장갑) 의원.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7ㆍ30 재보선을 거치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여권 내 입지가 탄탄해졌다. 특히 이정현ㆍ나경원 의원은 김 대표에게 천군만마나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순차적인 당직 인선을 통해 ‘미래 권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무대’에게 이정현ㆍ나경원은 천군만마”

김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이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국가혁신과 경제활성화가 절실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승이 자력으로 이룬 게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창한 국민대통합을 이루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당청 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선 자신감의 표현이란 해석이 많다. 재보선을 거치면서 비주류 대표로서의 부담을 상당 부분 떨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당권을 잡은 지 보름만에 치러진 ‘미니 총선’에서 세월호 참사와 인사 실패 등의 악재를 뚫고 압승을 거두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김 대표 주변에선 이정현ㆍ나경원 의원의 향후 역할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우선 이 의원은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라는 최대 난제를 풀어가는 매개체가 되어줄 수 있다. 이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인데다 당직자 출신이어서 김 대표와 인연도 깊다. 김 대표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다소 껄끄러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의원이 향후 친박계 대리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 의원은 김 대표가 앞으로 대야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축일 수 있다. 이 의원은 여권 내에서 실질적인 정치적 기반을 호남에 둔 유일한 의원이어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충돌이 생길 경우 윤활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게다가 차기 대권을 꿈꾸는 입장에서 서진(西進)이 절실한 김 대표로서는 이 의원의 지원이 큰 힘일 수 있다.

나 의원의 경우 김 대표가 비주류 대표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을 장악해가는 데 있어 유력한 조력자다. 친이계로 통하는 나 의원은 김 대표가 친박 신주류에 맞서 당 장악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3년여만에 당에 복귀하는 나 후보도 단기간에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기투합할 만하다.

사무총장ㆍ여연원장ㆍ지명직 최고위원 등 인선 주목

단기간에 정치적 입지를 굳힌 김 대표는 이날 최측근인 김학용 의원을 당 대표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등 곧바로 후임 당직 인선에 착수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들어섰는데도 선거 때문에 당직 인선은 미뤘던 것”이라며 “이제는 뜸을 들일 이유가 없는 만큼 내주에는 인선안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재보선 압승과 함께 과거 청와대 눈치를 살폈던 ‘관리형 대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인선의 폭과 내용이 기존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가 “그간 소외받은 사람들을 배려한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어 친박 실세 위주의 당직 라인이 상당폭 물갈이될 전망이다.

주목되는 당직은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 이른바 ‘빅 3’. 특히 핵심은 당의 자금과 조직 관리는 물론 공천에까지 깊이 관여하는 사무총장이다. 김 대표는 윤상현 전 사무총장의 후임에 3선 이상의 중진급 인사를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도부에 대구ㆍ경북(TK) 출신이 없다는 점에서 4선의 이병석(경북 포항 북), 3선의 유승민(대구 동)ㆍ김태환(경북 구미을)ㆍ장윤석(경북 영주) 의원 등이 우선 거론된다. 일각에선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끈 윤 전 총장의 재기용을 점치기도 한다.

각종 선거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요 판단의 근거인 여론조사를 제공하는 여의도연구원장도 관심사다. 관례대로 당내 중진이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원외 중진을 배려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재는 4선의 정병국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캠프를 총괄했던 권오을 전 3선 의원이 경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당 지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남ㆍ청년ㆍ여성을 대표하는 인물을 물색할 가능성이 크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