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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정권 심판론 지겹다… 대개조 없인 내일도 없다"

입력
2014.07.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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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발전적 해체 → 새 인물 수혈, 비대위 외부 인사에 맡겨 운영

야당은 ‘11 대 4’라는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7ㆍ30 재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야당이 사실상 민심의 탄핵을 당한 결과로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지부진한 세월호 후속대책과 잇단 인사 실패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는데도, 민심은 “그래도 야당은 아니다”며 외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2012년 총선부터 이번 7ㆍ30 재보선까지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어 ‘불임정당’으로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지도부 교체만으로 안 된다”며 “모든 것을 뜯어고칠 각오를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계파 갈등 극복 못하면 탈출구 없다.”

전문가들이 야당의 고질적 문제로 꼽는 것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계파주의’다. 내 편, 내 밥그릇을 먼저 챙기는데 주력하다 보니 선거 때마다 공천 잡음이 끊이질 않았고 유리한 선거 분위기가 조성돼도 ‘집안 싸움’으로 망치기 일쑤였다. 이번 선거의 직접적 패인으로 꼽히는 전략공천 파동도 계파주의 폐해와 뗄 수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너저분한 계파간에 권력다툼을 통해 공천을 말아먹었기 때문에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이 참에 계파 해체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탈출구를 마련하는 게 원천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계파 폐해는 야당이 선거에 질 때마다 제기돼 온 고질적이고 구조적 문제다 보니 “지도부를 교체해 봐야 똑 같은 상황만 반복될 것”이란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아예 “(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계파에 갇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할 바에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패배한 당시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하는 수준에서 리모델링에 나섰다”며 “야당이 그 정도의 용기와 각오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각 계파 수장들도 정계은퇴 동참해야”

계파 정치의 폐해가 워낙 고질적 사안이다 보니, 각 계파 수장들이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 선언에 동참해 동반 은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각 계파 수장들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재생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재창당 수준으로 새 인물을 수혈하는 것이 일차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도부가 사퇴한들 빈자리를 기득권 세력인 486과 친노그룹, 정세균계가 차지하면 도루묵”이라며 “외부인사로 비대위를 운영해 당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호된 질책을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권 심판론 그만, 수권정당 면모를"

야당이 선거 때마다 외치는 ‘정권 심판론’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야당이 정권 심판론에만 의지하다 보니 독자적인 의제 설정이나 정책 생산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야당은 2012년 총선 이후 정권 심판론만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다”며 “자신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유권자들은 도통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유권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재정과 상관없이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을 고집하고, 저출산 해결을 위해 신혼부부에게 집을 마련해주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야당은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일단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비전과 정책이 없으니 당내 리더십도 약하고 지지층을 넓히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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