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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텃밭에서 대이변… 지역구도 벽 넘은 '선거혁명'

입력
2014.07.30 23:05

"새정치 자중지란에 유권자 염증"

예산 폭탄 약속으로 표심공략 성공

‘박근혜의 입’에서 정국의 핵으로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새누리당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된 뒤 지지자들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새누리당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된 뒤 지지자들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야당의 텃밭인 전남 순천ㆍ곡성에서 마침내 지역구도의 벽을 넘어섰다. 이 당선인은 이번 재보선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도 의미가 큰 ‘선거 혁명’의 주역이 됐다. 10년 넘게 ‘박근혜 입’으로 통했던 이 당선자는 이제 ‘정치인 이정현’으로서 본격적인 평가 무대에 서게 됐다.

이 당선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다.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시작된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그는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17대 총선 직후 박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호남을 껴안기 위한 서진(西進)정책을 적극 강조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대변인을 맡았고, 경선 패배 후 2008~2010년 박 대통령이 당의 비주류로 사실상의 정치적 칩거를 할 때도 전례가 없는 ‘대변인격(格)’이란 직함을 달고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적극 대변했다.

이 당선인은 2012년 대선 때도 캠프 공보단장으로 긴급 투입돼 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과 검증 공세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후엔 비서실 정무팀장에 기용되면서 현 정부의 실세로 부상했고,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차례로 거쳤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불거진 KBS 인사 개입 의혹으로 밀려나듯 청와대를 나왔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여권의 불모지인 호남 출신의 유일무이한 지역구 의원이 되면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것은 물론 명실상부한 친박계 실세로 다시 주목받게 됐다.

1984년 민정당 당직자로 정계에 입문한 이 당선인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대선기획단장을 맡았을 정도로 지략가의 면모도 갖췄다. 새누리당 내에서 정치활동의 실질적인 근거지를 호남으로 삼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기도 하다.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호남 예산 지킴이’를 자처했고, 19대 총선 때는 광주 서을에서 4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으며 ‘의미있는 패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당선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결정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더구나 이번 순천ㆍ곡성 재보선에서 야권이 보여준 모습은 자중지란의 전형이었다. 무소속 구희승 후보는 당내 경선 방식에 대한 불만이 수용되지 않자 독자출마해 야권 표를 적잖이 잠식했고, 서갑원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 사이의 해묵은 갈등과 반목은 선거 기간 내내 당력을 하나로 모아내지 못하는 직접적인 요인이었다. 야권 지지층 입장에선 ‘미워도 다시 한번’의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이 당선인은 ‘예산 폭탄’을 약속하며 표심을 파고들었다. 친박계 실세이면서 새누리당 내 유일한 호남지역구 의원이 탄생할 경우 낙후된 지역발전에 상당한 플러스가 될 것이란 기대심리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18대 국회에서 자신이 끌어온 호남권 예산의 규모와 사업 성과를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이 당선인은 이번 재보선 승리로 향후 정국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게 됐다. 우선 새누리당 지도부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 중심으로 꾸려진 상황이라 서청원 최고위원과 윤상현 사무총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실질적인 친박계 실세그룹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 대표가 당청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엇박자가 날 경우 이 당선인의 비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여야관계에서도 이 당선인의 역할이 주목된다. 정치적 기반을 호남에 둔 그로서는 여권의 호남 껴안기와 양보ㆍ타협의 정치가 현실화해야 정치적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에서도 친박계 실세들 가운데 이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훨씬 덜하다.

이 당선인은 “순천시민과 곡성군민이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 걸음을 내디뎌주셨다”면서 “이정현이 잘 나서가 아니라 ‘일단 한번 기회를 줘보겠다’는 뜻을 잘 헤아려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55) ▦광주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18대 국회의원,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공보단장, 대통령직인수위 비서실 정무팀장, 청와대 정무ㆍ홍보수석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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