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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망국적 지역주의 극복 물꼬 튼 이정현 당선자

입력
2014.07.30 20:00

드디어 그의 진심이 통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야당의 아성인 전남 순천ㆍ곡성에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당당히 당선됐다. 견고하기만 했던 지역주의의 높은 벽의 한 귀퉁이를 야무지게 무너뜨린 것이다. 이 당선자의 승리는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지역주의 고질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 정치사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 당선자의 이번 출마는 여당 불모지 호남에서 네 번째 도전이었다. 2012년 총선에선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39.9%를 얻었지만 여전히 높은 지역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재도전해 기어이 벽을 허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당선자의 승리 배경에는 호남에선 만년 여당이나 다름 없는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분열상에 대한 지역민들의 염증, 부적절한 전략공천의 반사이익 등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머슴론’을 내걸고 “이정현이 당선되면 정치가 확 바뀐다”며 지역민들에게 다가갔다. 18대 국회 때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호남예산 지킴이로 활약하는 등 호남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진정성에 지역민들이 마음을 열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이 당선자는 폐쇄적인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는 아이콘으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지역민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임무와 역할을 조화시켜야 한다. 선기 기간 논란을 빚었던 ‘예산폭탄’ 등에 얽매여 지역에만 매몰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당선자가 거둔 쾌거는 이제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가야 한다.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한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후보는 40.33%를 얻었다. 특히 대구의 정치 1번지라는 수성구에서는 47.49%을 득표해 새누리당 권영진 당선자 득표율 49.93%에 거의 육박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 당선자에게 1.31% 차이까지 따라 붙었다. 호남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기초단체장에 대거 당선돼 야당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속설을 옛말로 만들었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망국적인 지역주의 망령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기대하기는 섣부르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통해 지역주의 극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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