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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기다렸는데 승무원도 해경도 도와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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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목소리로 사고 당시 진술… 승무원 엄벌 원하느냐 묻자 "네"
“배가 90도로 기울어지면서 선실 출입문이 머리 위에 있었어요. 캐비닛을 밟고 먼저 나간 친구가 끌어주고, 밑에 친구가 엉덩이를 밀어줘서, 그렇게 복도로 나갔어요. 복도에서 한 반(30여명) 정도 되는 애들이 서로 먼저 살겠다고 하지도 않고 비상구를 향해 줄을 서 있는데, 승무원도 해경도 전혀 도와주지 않았어요. 검정색 해경 보트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바다로 떨어지면 건져줬지만 (배로)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2~3분쯤 지나 파도가 쳐서 친구들이 안쪽으로 밀렸어요. 내가 마지막으로 나왔어요. 줄 서 기다리던 친구들 중 절반은 나오고 절반은 결국 빠져 나오지 못 나왔어요. 해경이 손 내밀면 닿을 거리였는데….”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 법정에 단원고 교복을 입은 A(17)양이 하얀색 토끼 인형을 가슴에 안은 채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들어섰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여학생은 방청석을 훑어본 후 증인석에 앉아 배가 침몰될 당시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설명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힘겹게 살아 돌아온 단원고 2학년 1반 생존학생 6명이 사고 후 처음으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다.
처음으로 생존자들의 육성을 통해 들은 사고 당시 정황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도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한 여학생은 “제발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좀 있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친구가 울면서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학생은 “처음부터 빠져나오라고 했으면 부서진 캐비닛을 밟고라도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승무원은 아니었다”고 했고, “해경은 안에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바라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여전히 사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인형까지 안고 나왔다. 증언할 때도 옆에 앉은 선생님의 손을 놓지 않았다.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롭냐”는 검사의 질문에 A양은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승객을 버리고 배에서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지길 원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또렷하게 “네”라고 답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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