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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검거'로 새삼 살펴본 복층 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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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기자의 직업병 때문일까요. 지난 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여성의 검거 소식을 접하며 유독 한 단어에 시선이 갔습니다. 두 사람이 석 달간 은신했다는 경기 용인시의 바로 그 오피스텔 말입니다.
내친 김에 정확한 오피스텔 이름을 찾아봤습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오피스텔은 약 20㎡ 이하의 소형 세대로 이뤄졌습니다. 지상 5~8층만 오피스텔로 사용하고 1~4층은 상가나 오피스용입니다. 시세는 대략 보증금 500만원 월세 35~40만원. 주변의 젊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실속형 오피스텔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이곳이 복층 오피스텔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복층이라면 먼저 수정돼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이 오피스텔의 면적은 19.2㎡(5.8평)로 알려졌지만 실제 면적은 이 보다 더 넓은 약 26㎡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객실의 전용면적 기준이 아닌 두 사람이 머문 실제 공간을 말하는 것이라면 엄연한 거주 공간인 복층 역시 면적에 포함시키는 게 좀 더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복층이라는 공간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오피스텔에서 복층은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입니다. 아파트로 치면 발코니처럼 건설사가 분양시 덤으로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발코니를 만들 수 없으니 나온 게 복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복층형 오피스텔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전용면적을 늘리거나 큰 공사비를 들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눈길을 끄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인중개업체들은 말합니다. 수요자들의 80% 정도는 복층을 선호한다고 말이지요. 침실이나 창고 등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공짜로 제공받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있습니다. 복층은 2층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건축법상 복층은 넓이의 규제는 없지만, 높이는 1.5m 이하로 제한됩니다. 그 이상은 2층에 속하게 되고 전용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복층이라고 하지만 성인 남녀가 서 있기는 힘든 공간입니다.
때문에 공인중개업체들은 이런 말도 덧붙입니다. 처음 선호도는 80%가 넘지만 이들이 다시 복층을 찾을 확률은 20% 미만이라고요. 막상 살아보면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높이가 낮은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계단이 가파르게 설계돼 있어서입니다. 작은 평수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합니다. 복층을 침실로 사용한 이들 가운데 “잠결에 화장실에 가려고 계단을 내려오다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린” 아찔한 순간을 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층고가 높다 보니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비가 일반 오피스텔보다 많이 나온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같은 서비스 면적인 발코니는 확장을 하면 공간을 넓힐 수 있지만 복층은 그러기도 힘듭니다. 공짜 면적이라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 복층 오피스텔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공실률도 상대적으로 높고 예전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입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나 주거 형태, 거주 목적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도피가 목적인 이들이라면 공실률이 낮으니 알아보는 사람도 드물고, 같은 침대를 써야 하는 게 아니라면 별도의 침실공간이 마련된 복층 오피스텔을 선호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유대균씨가 그런 목적으로 복층 오피스텔을 선택했을까요. 아직 직업병이 덜한탓인지, 저는 거기까지는 궁금하지가 않네요. 다만 오피스텔을 고를 때 복층이 자신에게 실제로 필요한 공간인지 꼼꼼히 따져보시라는 것,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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