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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규명 못 하고, 관피아도 피라미만…대체 뭘 수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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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책임 진척 없고 해운비리ㆍ관피아 수사는 거물급 없어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직ㆍ간접 원인에 대한 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총 331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139명을 구속했다. 구속자 수만 보더라도 집회 시위 사건을 제외한 단일 사건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광범위한 수사라는 게 검찰의 자체 평가이다. 그러나 세월의 침몰과 구조 과정의 의심점은 낱낱이 해소되지 못했고, 관피아(관료+마피아)로 일컬어지는 민관 유착수사 역시 권력층의 구조적인 비리에는 닿지 못하고 있다.
침몰 직접 원인 수사는 일단락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에 대한 수사는 대부분 일단락돼 세월호 선원과 청해진해운 임직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우선 참사 한달 만인 5월 15일 세월호 이준석(69) 선장과 1ㆍ2등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것을 포함, 선원 15명이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전원 구속 기소됐다. 승객들에 대한 구조 의무를 져버리고 탈출하라는 방송도 하지 않은 채 가장 먼저 구조정에 오른 것은 고의적인 살인으로 볼 수 있다는 수사 결과였다. 선원들의 조타 과실은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원인은 ‘무리한 증축과 적정량 이상의 화물 적재’로 드러났다. 돈이 되는 화물 운송량을 늘리기 위해 승객의 안전을 무시했던 ‘인재(人災)’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검찰은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화물하역업체 관계자, 구명뗏목을 부실하게 정비한 업체 대표, 허위 안전검사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선급 검사원 등 19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업무방해죄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해경수사는 갈길 멀어
해경의 부실한 대응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극약처방으로 이어졌으며,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상당부분 확인됐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야간 시간대에 관제를 부실하게 하고 교신일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센터 내 폐쇄회로(CC)TV를 떼어내고 녹화 파일을 삭제하는 등 책임을 모면하려 증거물을 없앤 센터장 등 5명은 결국 구속됐다. 당시 진도 VTS에 근무했던 관제요원 13명 전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해경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고 직후 출동한 해경이 세월호 승객들의탈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고 바다에 뛰어든 일부 승객을 건져 올리기에 급급했던 상황에 대한 것이다. 부실했던 구조 조치와 구조대 늑장 출동, 미흡한 해경의 구조 지휘 등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해경으로부터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구조업체 언딘과의 관계 등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경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빠짐없이 수사를 할 것이고,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경의 직무유기를 일선 현장요원에게만 묻지 않고 구조적인 무능과 시스템 부재에 대한 단죄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전국 검찰청이 나선 민관 유착비리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간접적인,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면서 갖가지 민관유착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운업계 등 민관유착 비리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 후인 4월 20일,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인천지검에 한국해운조합 비리에 대한 특별수사팀이 꾸려졌다. 이어 부산지검의 한국선급 비리 특별수사팀 등 전국 9개 검찰청에 해운업계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팀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인천지검에서만 19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 등 각 검찰청에서 기소한 인원은 지금까지 57명에 달했다. 선박 검사 단계에서의 비리, 선박 면세유 보조금 착복 비리 등 검찰의 수사를 통해 다양한 비위 사실이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더불어 민관유착 비리 특별수사팀을 전국 18개 검찰청에 설치하고 ‘관피아’(관료 마피아)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내부에서조차 “관피아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중앙지검이 앞장섰다. 특수1부가 한국철도시설공단 납품 비리를 적발해 금품을 수수한 감사원 감사관을 구속한 데 이어 특수2부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를 대상으로 교육 관료와의 특혜 제공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는 철도 브레이크 마찰재 성능 시험결과를 조작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수수한 철도기술연구원 연구원이 구속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관피아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거물급 수사 성과 없어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궁금증이 검찰 수사로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다. 선원들의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는 진술 외에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 납득할만한 답이 나오지 않았고, 해경이 초기 구조 과정에서 선내 진입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의문이 남아있다.
전국 검찰청에서 하고 있는 관피아 수사도 거물급 고위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의 비리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선급의 유착비리로 구속된 해수부의 공무원은 주무관 한 명이며, 결재라인에 있었던 간부급에 대한 수사는 이렇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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