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원흉은 죽었지만

입력
2014.07.23 12:24
구독
행방이 묘연했던 세월호 사건 핵심 피의자 유병언씨가 지난달 12일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참사 발생 100일에 임박해 드러났다. 그러나 당장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거다. 아닌 게 아니라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 말고 다른 조사기구에 수사ㆍ기소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공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사진은 지난 5월 경찰이 유씨를 검거하기 위해 전국에 뿌렸던 현상수배 전단. 경찰청 제공
행방이 묘연했던 세월호 사건 핵심 피의자 유병언씨가 지난달 12일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참사 발생 100일에 임박해 드러났다. 그러나 당장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거다. 아닌 게 아니라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 말고 다른 조사기구에 수사ㆍ기소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공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사진은 지난 5월 경찰이 유씨를 검거하기 위해 전국에 뿌렸던 현상수배 전단. 경찰청 제공

침묵이 영원해졌다. 원흉은 시신으로 나타났다. 몇몇 이름도 그와 함께 묻힐지 모른다. 요동쳤던 공범 마음의 수면이 잠잠해진다. 희망은 가라앉고 있다. 진상이 한 발 더 달아났다.

“지금 내가 있는 세상은 왜 이 모양인지에 감정몰입이 되면 이게 내 팔자인가 이게 대한민국의 운명인가 이것이 인간이 가진 한계고 똑같은 잘못을 거듭하며 사는 것이 인류의 역사인가라는 쪽으로 빠질 수밖에 없고 무력감과 무능감, 희망 없음의 나락으로 이어진다. (…) 단원고 2학년 김동협 학생의 편집 안 된 동영상이 마음을 찢어놓았다. (…) 이 학생이 하고 싶었던 많은 일을 생각하니 오래 살아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노년을 잘 지낼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나 자신이 추악하게 여겨졌다. (…) 한 달 전에 이미 백골이 되어 발견된 유병언의 사체를 어딘가에 처박아놓고 전 국민을 상대로 술래잡기 놀음을 거국적으로 한 셈인데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무엇을 잊지 않겠다고? 무엇을 믿으라고? 거짓말이다. 이렇게 유언비어가 난무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흉흉한 유언비어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국가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데 국민은 지쳤다. 당장 우리가 매야 할 콩밭이 바로 이 지점임을, 특별법을 만들어 일단 시작부터 하는 것이 천만개의 노란 리본이 그 의미를 상실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잊지 말자고? 이걸 믿으라고?(한겨레 기명 칼럼ㆍ김선주 언론인) ☞ 전문 보기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되었던 시신이 유병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고 다양한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 (…) 법과학적 증거의 수집과 분석, 대조 과정 등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아닌, 무분별한 의혹과 음모론 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병언이 핵심이 아니라, 세월호 침몰의 책임소재 규명과 처벌 및 배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신을 화장해 DNA 검사조차 불가능하게 한 조희팔과 달리, 얼마든지 제3의 전문가에 의한 검증이 가능한 유병언의 시신은 조작이나 음모의 가능성을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줄이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무엇일까? 유병언 사망 논란으로 인해 세월호 침몰의 경영책임과 뇌물 및 청탁으로 얼룩진 정·관계 부패고리를 밝혀내는 작업이 중단되거나 늦춰져서는 안된다. (…) 유병언이 수배와 수색의 대상이 된 주된 이유도, 그 자신의 개인적 범행 때문이 아니었다. 그를 중심으로 한 인적 연결고리가 대통령도 직접 언급한 ‘적폐’의 실체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유병언 추정 시신의 정확한 신원확인과는 별개로, 진상규명과 수사가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수사당국이 유병언의 사망을 핑계 삼아 ‘꼬리가 잘렸다’, ‘벽에 부딪혔다’는 등의 변명을 내어 놓는다면, 의혹과 음모론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 가장 큰 책임은 ‘나쁜 권력’이 져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 눈앞의 승리를 위해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등 ‘진실의 보루’여야 할 기관과 기능들을 사적으로 운용하고 이용해 ‘불신의 습관’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유병언 사망, 후속조치가 긴요(경향신문 ‘표창원의 단도직입’ㆍ범죄과학연구소 대표) ☞ 전문 보기

부양(浮揚) 의지가 있겠나. 규명은 막고 싶을 거다. 그런 정권을 상대할 능력이 야당은 없다. 정치판의 장기(長技)가 허비다. 골든타임은 하릴없이 흘러간다. 결국 시민이 희망이다.

“대안 없는 시절이다. (…) 원판불변(여당- 기자 주), 지리멸렬(제1야당- 기자 주), 갈팡질팡(진보정당- 기자 주). 우리들 참 딱하다. 정치에 마음을 주었다가 무수히 상처받은 사람들이 더는 상처받기 싫어서 꺼내드는 처방전이 냉소다. (…) 이 딱하고 아득한 2014년 7월의 15일,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416개의 상자에 담긴 350만1266명의 서명이 국회에 전달되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육필들이 거기 담겼다. (…) 내가 한 서명은 수백만분의 일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 어떠리, 중요한 것은 내가 행동했다는 것, 그래야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 (…) 1987년 이후의 민주주의가 자신의 역사적 생명을 다하고 소진되어가는 듯한 시절이다. 한때나마 정치는 사람들에게 나의 삶이, 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이제는 정치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니, 말을 좀 고쳐야겠다. 그 ‘신화의 시대’를 돌이켜보니 정치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정치를 일으켜 세웠다. 절망의 끝자락에서도 주저앉지 않던 사람들이 말이다. 이제 정치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려는 이 찰나에 우리 스스로가 다시 정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여기서, 뭐라도 하면 된다. 물론 그게 해결은 아닐 터, 그저 출발일 뿐. 하지만 출발하지 않은 채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없다. 출발을 위한 골든타임, 바로 지금이다.”

-뭐라도 해야겠다(한겨레 ‘한겨레 프리즘’ㆍ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전문 보기

“세월호가 침몰한 지 98일째, 실종자 10명은 아직 어두운 바닷속에 잠겨 있고 300여 명의 어린 생명이 수장된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 첨단 장비를 총동원해도 잡히지 않는 유병언이 설령 제 발로 걸어 나온들 참사의 1%도 해명되지 않을 것임을 다 알고 있는 마당에 특별법 제정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국회와 ‘국가혁신 특별내각’에 함량 미달 인물들을 앉힌 정부의 경박한 행태가 결국 긴 한숨을 뱉게 만든다. 오죽했으면 애들이 나섰을까. 저렇게 나서는 것 외에 자신을 달랠 길이 없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도보 행진은 무능정치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질타이자 무책임사회에 던지는 미래 세대의 비난이었다. (…) 죄의식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겨우 들고 선 피켓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억울한 죽음, 진실을 밝혀 주세요’라고. 객관적 설명을 갈구하는 상처받은 영혼의 절규가 아닌가. 이 정도 소망을 못 들어주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 세월호 화물칸에 선적한 배송품을 한꺼번에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업자들, 트럭과 장비가 수장되고 빚쟁이로 전락한 소기업 사장들의 재기를 돕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 ‘저는 법을 몰라요, 이렇게라도 나서야 했습니다’. (…) 법, 사회, 역사를 알고 있는 어른들이 좀 어떻게 해 달라는 호소다. (…) 이런 호소를 듣지 못하는 정권은 정권이 아니다. 마치 세월호 침몰 직후 ‘구조(救助) 골든타임’을 놓친 그 치명적 실수처럼 진상 규명과 구조 개혁에 머리를 맞대야 할 ‘혁신 골든타임’에 청문회, 내각 구성, 기타 소소한 정치일정에 넋이 나간 정권이 우려스러워 하는 말이다.”

-골든타임은 또 유실되는가?(7월 22일자 중앙일보 기명 칼럼ㆍ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 전문 보기

내일로 세월호 참사 100일째다. 진실 추적 임무를 띤 특별법은 기득권 법치의 망령한테 붙들려 있다. 법은 누구 편인가. 누가 불신을 조장했는가. 전횡하지 말라는 권력의 적반하장.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100일이 돼가지만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특별법에 의해 설치될 진상조사기구의 권한이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기구에 수사권ㆍ기소권을 주는 것은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민간기구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수사권ㆍ기소권을 어느 기관에 부여할 것인지의 여부는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정하면 될 문제다. 검찰이 수사권ㆍ기소권을 독점해야만 헌법에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 한국사회에서 주로 문제가 된 것은 검찰의 수사권ㆍ기소권 독점으로 인한 폐해였다.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수사권ㆍ기소권의 ‘분산’을 요구해 온 것이다. 특검제나 세월호 특별법에서처럼 특별한 필요에 의해 수사권ㆍ기소권을 검찰이 아닌 다른 기구에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시대적 요청과 맞물려 있다. (…) 진상조사기구가 조사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치국가적 통제를 받아가며 수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일 뿐, 정부 여당이 걱정하는 무분별한 권력 남용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있을 때마다 매번 이렇게 방대한 권한과 조직을 가진 진상조사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쁜 선례’가 되리라는 우려다. (…) 다시는 이런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적폐’를 일소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자 제안된 것이 바로 세월호 특별법이다. ‘나쁜 선례’가 아니라 ‘마지막 선례’가 돼야 한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국가를 뒤흔든다고?(한국일보 ‘아침을 열며’ㆍ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부교수) ☞ 전문 보기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국민적 청원의 요체는 무엇보다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그에 기초한 재발방지 대책의 마련에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민간 조사위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면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면서 특별법 제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혀 ‘법적’이지 않다. ‘법(체계)’을 빙자한 정치적인 궤변일 뿐이다. (…) 새누리당의 특별법안을 보면, 정부 기관이나 기업, 단체는 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의 범위가 광범위해 관련 기관이 자료제출을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철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강제수사권까지 동원할 수 있는 조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인’이기 때문에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시행됐던 특별검사제의 경험만 보아도 그 논리의 허약함을 알 수 있다. 현행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할 때 특별검사나 특별검사보 등은 변호사로서의 일정 경력 외에 다른 요건은 요구되지 않는다. (…)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법안은 조사관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돼있다. (…) 그런데 현행 형사소송법상 영장 청구는 검사의 권한으로 돼있기 때문에 정작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검찰청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 그러므로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실규명을 위해 위원회는 특별검사의 권한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 성역 없는 진실규명에 동의한다면 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마땅하고, 실효성 있는 수사권이 부여되려면 위원회가 특별검사의 권한을 가져야 한다.”

-세월호특별법, 특검 수준 권한 필요하다(경향신문 ‘정동칼럼’ㆍ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