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반 백골' 유병언 사망시점 부검으로 밝힐 수 있나

입력
2014.07.22 12:12

법의학계 "시신 부패·훼손 심각해 난관"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블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블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순천의 별장에서 마지막 흔적이 드러난 5월25일부터 변사체로 발견된 지난달 12일 사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망시점은 그의 도피생활과 도주경로를 밝힐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신의 부패·훼손 상태로 볼 때 정밀부검을 하더라도 사망한 날짜를 명확히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유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이미 '반백골화'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길어야 3주도 안되는 짧은 기간 시신이 급격히 훼손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매장된 시신은 7∼10년, 땅 위에 노출된 시신은 1년가량 지나야 연골조직까지 부패해 완전한 백골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법의학계에서는 유씨 시신의 반백골화가 통상 부패 속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온과 습도보다는 야생동물이나 시식성(屍食性) 곤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더기' 때문에 뼈가 드러난 상태라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얼굴과 손 등 노출된 신체부위가 옷으로 가려진 부분보다 백골상태에 가깝게 훼손된 것으로 추정했다.

법의학자인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이호 교수는 "노출된 부위에 구더기가 생길 경우 불과 며칠 만에도 뼈가 드러날 만큼 훼손될 수 있다. 현재 시신 상태만 놓고는 사망시점을 정확히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도 시신 상태에 대해 "5월말부터 6월초 사이의 기후조건이나 야생동물의 활동을 고려해볼 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유씨의 사망원인 역시 명확하게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사가 아니라면 자상을 비롯한 피부·근육조직의 상처, 목 졸리거나 반항한 흔적 등이 직간접 사인과 타살 여부를 가늠할 열쇠다. 약물에 의해 사망한 경우 위 내용물이나 혈액 분석이 단서가 된다.

그러나 유씨의 경우 피부나 근육조직, 혈액이 대부분 부패해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극물로 숨졌다면 혈액 대신 뼈를 정밀검사해볼 수도 있지만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의 사인규명 작업이 변사체 발견 당시 주변의 유류품 등 정황증거로 추정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윤성 교수는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다면 사인을 밝히기 어렵겠지만 장기나 피부조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검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