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방지법' 어떻게 돼가나

입력
2014.07.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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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접어들자 노인 표 의식 연금법 제정안에 우선 순위 밀려

7월 임시국회서 논의 재개 불구 당초 10월 시행 목표는 물건너가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 3월 27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1호 법안(일명 세모녀 법안)'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 3월 27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1호 법안(일명 세모녀 법안)'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지난 2월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같은 비극을 막겠다며 각종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다. 하지만 넉 달이 다 돼가도록 관련법안 처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票 때문에 논의 팽개친 정치권

세 모녀 사건 이후 한동안 여야는 복지혜택 확대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담은 법안들을 쏟아냈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밑그림이 돼온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무려 8건이나 발의됐고, 갑자기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에 생계비ㆍ의료비 등을 우선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도 4건이나 나왔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1호 법안으로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들 두 가지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하는 등 당력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예산 문제로 맞서던 여야는 그러나 6ㆍ4 지방선거 국면이 도래하면서 아예 이들 법안의 처리를 후순위로 미뤘다. 사실상 노인들의 표를 의식한 기초연금법 제정안 논의에 밀렸다고 볼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지만 노인 인구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한다”면서 “여야 모두 표 때문에 세 모녀 방지법 논의를 미뤄둔 셈”이라고 말했다.

긴급복지지원법은 사실상 잠정합의

물론 그간 논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여야는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 협의를 통해 긴급복지지원법의 경우 사실상 이견을 대부분 해소한 상태다. 긴급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의 150%에서 180%로 높이는 동시에 금융소득 기준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조정키로 잠정합의했다. 새정치연합 측이 주장한 최저생계비의 250% 기준보다는 낮아졌지만, 실제 금융소득 기준 때문에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정부 측의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엔 절반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우선 지금까지 소득 기준에 따라 일정액을 통합지급하던 기초생활수급비를 맞춤형 개별급여(생계ㆍ의료ㆍ주거ㆍ교육)로 전환하자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수급체계 전환 문제는 그간 복지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 내용에 야당이 동의하면서 큰 가닥이 잡혔다.

마지막 관문은 ‘부양의무자’ 기준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두고는 여야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상태다. 부양의무자 제도는 유교적 관념에 기반해 가족 상호간의 부양 의무를 명문화한 것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해도 부모ㆍ자녀ㆍ사위ㆍ며느리가 기준 이상의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주지 않는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송파 세 모녀를 비롯해 이 제도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117만여명에 달한다.

새누리당은 가족 해체 가능성과 도덕적 해이 우려를 들어 제도는 유지하되 기준은 높이자는 입장이고, 새정치연합은 부양의무자를 1촌 직계혈족으로 축소한 뒤 교육ㆍ의료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에 비해 시민ㆍ사회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예산 규모가 제도 도입 당시보다 수백 배나 커졌는데도 정부ㆍ여당이 국가의 역할을 대가족제도와 부모 부양 전통에 떠넘기고 있다”며 제도 자체의 폐지를 요구했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이번 주에 복지위 차원에서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애초 정부가 구상했던 10월 시행은 어려워진 상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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