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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崔 부총리 '금리인하 압박'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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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고질적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취임 이후 강력한 경기부양을 위한 행보에 들어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다양한 경로로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줄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해왔다. 그러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주말 “최 부총리가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권한이라는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공조가 절실한 마당에 자칫 당국 간 불필요한 신경전만 증폭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금리정책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 국회 예결위에서는 “경기상황에 맞게 한은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국회 기재위에 나가서는 “금리를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순 없지만, 경제상황에 대해 (내가)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지금까지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며 금리인하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 총재가 한 행사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하자, 곧바로 “금리인하가 가계부채를 악화시킨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받아 치기도 했다.
최 부총리의 이례적 금리인하 압박은 지금 우리 경제가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만 할지도 모를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 투자확대를 요청하기 앞서, 금리를 포함한 정책 전반에서 확고한 부양의지를 결집해 내겠다는 의욕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은조차 올 성장률을 당초 4.0%에서 3.8%로 낮출 정도로 미약한 경기 회복세, 일본식 장기불황의 조짐까지 보이는 내수 등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 기대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반적 원화 강세나 상승률 1%대인 안정적인 물가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완화해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한은의 불안정한 행보 역시 최 부총리를 포함한 외부의 ‘훈수’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금리정책만 해도, 이 총재는 취임 직후인 4, 5월엔 경기 회복세를 자신하며 오히려 금리인상 시그널을 던졌다가 최근 들어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1,0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상황 악화를 우려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금리인하를 통한 가계 이자부담 완화의 긍정적 효과도 부인하지 않는 등 이중적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 부총리의 절박한 상황인식과 무난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한은에 금리인하 압박을 노골화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고유권한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그런 압박이 통화정책을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왜곡시킬 위험 때문이다. 금리인하만 해도 당장 국내 여건은 무난하지만, 10월로 예정된 미국 양적완화 종결 및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위험요인이 없지 않다. 최 부총리가 오늘 신임인사 차 이 총재를 만나는 만큼 보다 깊이 있는 정책공조의 틀을 구축해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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