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 번 더 기회 얻은 홍명보

입력
2014.07.03 16:38
구독

짧았던 준비 기간·공로 등 참작

차두리 "98년에는 왜?" 트윗 글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홍명보(45) 대표팀 감독을 끌어 안았다.

허정무(59) 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컵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대표팀 감독이 책임을 지고 그만 둔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며 “모든 책임을 홍 감독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해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유임 배경을 밝혔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을 노렸던 홍명보호는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짐을 싼 것은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무기력한 경기로 짐을 싸자 여론은 선수 선발부터 무색무취 전술, 위기관리 능력 부재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홍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홍 감독은 2013년 6월 부임 이후 총 19경기를 치르는 동안 5승4무10패로 역대 대표팀 감독 가운데 최저 승률(26.3%)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협회는 홍 감독의 잔여 임기와 1년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 협회의 지원 부족,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등을 고려해 다시 한번 홍 감독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홍 감독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허 부회장은 “국민들은 홍 감독이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에 남긴 발자국과 우리에게 선사했던 기쁨, 희망을 잘 알 것”이라며 “비록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두진 못했으나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홍 감독이 모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고, 한국 축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회는 홍 감독의 유임 결정으로 비난 여론에 대해 정면 돌파 했다. 그러나 축구계 다른 한 쪽에서는 협회의 이 같은 결정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축구 대표팀 출신 차두리(34ㆍFC서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98년에는 왜...? 혼자서...”라는 글을 남겼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부친 차범근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협회의 결정에 반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축구 전문가는 “정작 책임을 져야 할 협회는 홍명보의 방패에 숨었다”며 “월드컵 실패는 대회 전부터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역시 “협회가 책임보다 홍 감독과의 의리를 택했다” “책임만 느낄 뿐 경질은 안 한다” “4년 후 기대할 것도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1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6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2%가 유임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31%, 의견을 유보한 응답은 17%로 나타났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