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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유임…'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입력
2014.07.03 10:09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으로 사퇴 여론이 들끓었던 홍명보(가운데) 감독. 그러나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으로 사퇴 여론이 들끓었던 홍명보(가운데) 감독. 그러나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축구협회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을 유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악의 월드컵 성적으로 축구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거센 여론에도 아무런 쇄신안이 나오지 않아 "결국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기자들의 빈축을 샀다.

3일 오전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정무 부회장은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을 대표팀 수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향후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도 있으니 홍 감독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기록,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3패 이후 2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또한 단조로운 전술과 의리논란에 휩싸인 선수 운용 때문에 여론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협회는 홍명보 감독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인 계약기간을 지키고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성적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질문이 4차례나 나왔다.

허 부회장은 질문이 나올 때마다 "책임론으로 자꾸 (몰아가려고 하는데)…"라며 얼버무렸다.

그러고는 "책임을 통감한다",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등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 했다.

기자들이 '책임론'을 끈질기게 제기하자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고 실패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못이기는 척 대답했다.

홍 감독이 홀로 했다는 '마음고생'이 협회가 치른 대가의 전부였던 셈이다.

뉴스A/S▶축구협회 기자회견 영상 (YTN보도)

● 축구협회 기자회견 전문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떠났던 대표팀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려서 이 자리 빌려 머리 숙여 깊게 사과드립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지는 모든 질책은 겸허히 받겠습니다.

다만 협회는 이 상황이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귀국 후 협회장님과 홍 감독이 면담 자리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홍감독은 재차 이번 월드컵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협회 집행부 회의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말씀하시며 홍 감독의 사퇴 의사를 만류했습니다.

협회는 이번 월드컵의 결과에 대하여 월드컵이라는 큰 결과를 준비하기에 많이 부족했던 1년이라는 기간을 홍 감독에게 부여한 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하였으며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서 아시안팀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 줄 것을 당부하며 홍 감독을 설득했습니다.

여기 계시는 많은 기자분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홍명보 감독이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한국축구에 남긴 발자국의 깊이와 우리에게 선사했던 기쁨과 희망을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서 홍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팀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대한축구협회 임직원은 기대가 컸던 이번 월드컵 결과에 대한 여러분의 큰 실망에 깊이 공감하며 책임을 무겁게 끼고 있습니다.

여러 비난과 질책을 마음에 새기고 한국 축구가 진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국 축구가 진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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