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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 낙인' 개인정보 철저한 보안이 우선

입력
2014.06.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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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참극 더 이상은 안 된다] <하> 전문가 제언과 해법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자살 우려자와 우울증 등으로 군대 생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징병 단계에서부터 정신과적 문제를 지닌 사람에 대한 식별을 강화하고, 구시대적 GOP 경계 근무의 폐지와 전문 심리상담가 양성 등 기존의 병영문화를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징병단계에서부터 군 부적합자 식별 강화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방부에 따르면 징병검사 시 현역 판정비율은 2000년 85.9%에서 2010년 들어 약 92%까지 높아졌다. 80년대와 90년대 각각 45.4%, 64.2%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출산율 저하와 군복무 기간 단축 등으로 현역 자원이 부족하면서 최근 징병검사에서 현역판정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관심병사 같은 현역복무에 부적합한 사람들이 군에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징병단계에서부터 현역복무 부적합자에 대한 식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군 부적합자를 공익요원 등 대체복무로 걸러내지 못하고 현역으로 판정할 경우 일선부대 지휘관에게 관심사병 등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차원의 군부적응장애진단도구의 개발과 함께 각 지방병무청에 임상 심리사와 정신과전문의 등의 배치가 요구되고 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병무청에서 임상 심리사 등의 전문인력 대신 설문지로 입영대상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검진하는데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면서 “군에서 심리상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징병단계에서부터 민간 심리상담사 등을 적극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심병사에 대한 낙인 없애야

군 부적합자가 징병단계에서 현역복무로 판정받으면 군대 부적응자인 관심병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심병사에 대한 대처에서 전문가들은 가장 우선적인 조치로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안을 강조한다. 윤민재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는 “관심병사에 대한 부대 내 낙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군복무 부적응자로 선별되면 상태가 호전되게 관리되는 게 아니라 병영 내에서 2차 피해자화가 급속히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관심병사로 선별되거나 비전캠프(또는 그린캠프)에 입소하게 되면 부대 내 구성원들이 암암리에 알게 돼 자대 복귀 후에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부대 내 구성원들의 집단 따돌림은 물론 장병 스스로도 군대 부적응자로 한번 낙인이 찍히면 부대 내에서 본인의 이미지를 개선하기가 힘들다는 무력감으로 적응력을 상실하고 현역복무에서 이탈하는 심리적 자포자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관심병사 제도 대신 소원수리제도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담 등을 통해 신변비밀 보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휴가나 외출ㆍ외박 시 SNS 등을 통한 상담 기능을 활성화하고 또한 장병들의 주요 의사소통 수단인 소원수리제도의 비밀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군대 내에서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와 책임은 결국 일선 지휘관에게 있다. 따라서 장병들의 입대부터 전역 시까지 스트레스 진단검사와 신인성검사 등 개인의 성격과 기질에 관한 정보를 전산화해 지휘관에게 일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휘관은 이를 바탕으로 병사가 복무 중 어떤 사고나 사건을 발생시켰을 때, 해당 병사의 전산 데이터를 참고해 군복무 부적응 요인을 적극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특히 문제를 일으킨 관심병사만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군대 내 잘못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은 관심병사뿐 아니라 그 조직구성원들까지 군대 전체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관심병사가 돌출행동을 하는 건 상급자인 소대장이나 부사관 등의 잘못된 처신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진적 GOP 경계방식 개선해야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 GOP 경계근무의 개선도 지적되고 있다. GOP에 근무하는 장병들은 경계근무로 낮과 밤이 바뀌고 또한 북한과 맞닿은 최전방이라는 긴장감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부대원들 사이의 작은 갈등도 자칫 대형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6개월 단위의 후방부대와의 GOP 교대시기를 3개월로 단축하고, 부사관과 소대장 등이 수시로 순찰해 경계근무 중 발생하는 군기위반 사고를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GOP 근무가 군대 현대화 추세에도 맞지 않는 만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GOP 근무는 장병들이 초소마다 이동하는 밀어내기식 순환경계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감시 방식은 허점이 많은 만큼 소수의 관측병을 운영하되 폐쇄회로(CC)TV나 로봇 기관총, 특수 감지장비 등으로 GOP 경계를 과학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은 “30분마다 한 초소씩 이동하는 밀어내기 식 GOP 경계는 수십 년째 이어져 온 방식으로 북한군도 허점을 꿰뚫고 있다”면서 “GOP 병력을 제1 방어선 밑으로 빼서 전방에서는 기계장비를 이용해 감지만 하고 후방 병력이 대응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GOP 총기 난사범 임모 병장이 26일 오후 국군 강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GOP 총기 난사범 임모 병장이 26일 오후 국군 강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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