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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 검거작전 군이 놓친 5가지

입력
2014.06.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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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은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 사고 발생에서 검거까지 43시간 동안 드러난 난맥상을 5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1. 뒷북 친 초기대응

21일 오후 8시 15분에 총기난사 사고가 벌어지고 5분이 지나서야 상급부대인 22사단에 상황이 접수됐다. 군단 사령부에 보고되는데는 다시 5분이 걸렸다. 최초 사고 발생 뒤 상급 부대까지 보고되는데 무려 10분이 넘게 걸렸다. GOP 병력이 투입된 검거작전이 본격 시작된 것은 사고발생 13분이나 지난 뒤였다. 그 사이 임 병장은 산등성이를 타고 도주하고 있었다. 유사시 촌각을 다투는 전방에서 군 상황보고체계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또 군은 임 병장의 K-2소총 탄알이 얼마나 남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실탄 60여발을 소지했을 것이라고 추정만 했을 뿐이다.

21일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도주 사병을 검거하기 위한 검문검색이 고성지역 7번 국도에서 실시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21일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도주 사병을 검거하기 위한 검문검색이 고성지역 7번 국도에서 실시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2. 교란당한 포위망

군 당국은 총기 난사 사건 직후 임 병장이 남쪽으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동서방향으로 병력을 배치했다. 월북에 대비해 북쪽 철책선 경계도 보강했다. 하지만 사고부대 동쪽 지역에는 병력을 집중투입하지 않았다. 미확인지뢰 매설지역이라 도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병장은 동북쪽으로 10km나 이동했다. 도주경로가 군의 포위망과 평행선 형태였기 때문에 초기에 발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검거작전에 3,500여명의 병력이 투입됐지만 임 병장과 조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던 셈이다. 임 병장은 사고 발생 18시간이 지나서야 민가와 인접한 지역에서 발견됐다. 사고 이후 최초 발각된 뒤에도 임 병장은 도주를 계속 했다. 최초 발견된 지점에서 또 다시 10km를 이동했다.

대치에서 검거까지 시간대별 상황
대치에서 검거까지 시간대별 상황

3. 허술한 체포 과정

체포조끼리 오인사격을 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포위망을 좁힌 뒤에도 군의 대응은 허술했다. 군 복무기간이 2년도 안된 병사들 대신 부사관 이상으로 구성된 특전사를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서 무장병력이 침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할부대 병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고 이런 군 당국의 안이한 판단으로 아군의 오인 사격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오인 사격으로 총상을 입은 병사는 치료 중이다.

22일 오전 다친 병사가 후송된 국군 강릉병원 정문 모습. 강릉=연합뉴스
22일 오전 다친 병사가 후송된 국군 강릉병원 정문 모습. 강릉=연합뉴스

4. 심리 전문가 한 명 없는 현장

임 병장은 대치현장에서 부모에 총을 겨눌만큼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군 당국은 임병장을 생포하기 위해 휴대폰을 던져 주고 현장을 찾은 아버지 및 형과 전화통화를 주선하고 물과 빵을 건네면서 허기를 채워 주는 등 심리적인 변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임 병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현장에는 심리 전문가가 없었다. 임 병장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군이 한 일은 ‘대 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협상 전문가로, 심리상담도 가능한 요원’을 비무장으로 임 병장에게 접근시키는 일에 그쳤다.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당국은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23일 오전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탈영한 임모 병장과 군은 강원 고성군 제진검문소 북쪽에서 밤샘 대치 상황을 이어간 가운데 임 병장 아버지가 군과 대치 중인 작전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군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성=뉴시스
23일 오전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탈영한 임모 병장과 군은 강원 고성군 제진검문소 북쪽에서 밤샘 대치 상황을 이어간 가운데 임 병장 아버지가 군과 대치 중인 작전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군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성=뉴시스

5. 민간인 피해 방지 노력없는 군

군은 사고 발생 2시간여가 지난 22시 12분에야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인근 주민은 2시간 동안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진돗개 하나가 발령돼야 인근 민간에 해당 사실이 통보 되기 때문이다. 임 병장이 무장한 상태로 10km를 도주하는 동안 인근에 거주하는 민간인에 대한 보호대책도 허술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군은 사고 이후 임 병장을 최초 발각한 뒤에야 근처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임 병장이 발포를 하며 저항할 때도 인근 주민은 집 안에 갇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교전이 발생한 지역은 통일전망대를 향하는 도로가 있고, 해수욕장도 있어 관광객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동부전선 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근 대진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해 하룻밤을 보낸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주민들이 23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려고 대피소를 나서고 있다. 주민들의 마을 복귀는 임모 병장의 생포로 상황이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고성=연합뉴스
지난 21일 동부전선 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근 대진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해 하룻밤을 보낸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주민들이 23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려고 대피소를 나서고 있다. 주민들의 마을 복귀는 임모 병장의 생포로 상황이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고성=연합뉴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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