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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주민 "다시는 동료에 총 쏘는 일 없어야"

입력
2014.06.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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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늑장 대처에 분통도

지난 21일 동부전선 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근 대진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해 하룻밤을 보낸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주민들이 23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려고 대피소를 나서고 있다. 주민들의 마을 복귀는 임모 병장의 생포로 상황이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동부전선 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근 대진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해 하룻밤을 보낸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주민들이 23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려고 대피소를 나서고 있다. 주민들의 마을 복귀는 임모 병장의 생포로 상황이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한 임모(22) 병장이 도주 43시간여 만인 23일 오후 2시55분쯤 자살을 시도하며 상황이 종료되자, 강원 고성군 현내면의 대진초교와 대진고에 대피해 있던 지역 주민 600여명은 차분하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3시30분을 기해 고성지역에 내려졌던 ‘진돗개 하나’를 해제했다.

주민들은 임 병장이 가족의 설득에도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대진초교에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샌 명파리 주민 정순옥(72ㆍ여)씨는 “한 순간의 분을 이기지 못해 꽃다운 청춘들이 목숨을 잃어 마음이 아프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서울에 있는 아들 딸에게 안부전화부터 해야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씨의 이웃주민 조숙명(77ㆍ여)씨는 “뉴스를 보니 임 병장이 아버지와 통화하겠다고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는데,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애통했겠느냐”며 “다시는 대한민국의 아들이 동료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사고 이후 군 당국의 늑장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군의 뒤늦은 대피조치로 교전 시 집 안에 갇힌 채 공포에 떨며 체포작전이 끝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대진고 체육관에 대피해 있던 마달리 주민 윤수철(79)씨는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인 현내면 주민들이 생필품 등을 챙기지 못하고 급히 빠져나와 차가운 체육관 바닥에서 한뎃잠을 자야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임 병장 체포작전이 장기화되는 걸 우려했던 대진, 가진항 상인들도 안타까움 속에 다시 가게 문을 열 준비에 바빴다. 대진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항구에서 불과 10여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교전이 발생, 관광객들이 일찍 떠나는 바람에 주말 대목을 날려 버렸다”며 “하루빨리 마을이 평온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육군 8군단 권재천 공보담당은 “작전기간 동안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드리고, 협조해 주신 주민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고성=박은성기자 esp7@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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