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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석 달 남겨두고…총기참극 미스터리

입력
2014.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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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내성적…고교시절 친구들 괴롭힘에 자퇴"

검정고시 진학 후 입대…GOP 근무도 심리적 부담

"시달림받아 온 것 같아" 가족들, 가혹행위 의혹 제기

22일 강원 고성군 북천 둔치에 군 병력과 차량 등이 집결하고 있다. 전날 강원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성군 일대에는 군 최고 경계 수준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고성=연합뉴스
22일 강원 고성군 북천 둔치에 군 병력과 차량 등이 집결하고 있다. 전날 강원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성군 일대에는 군 최고 경계 수준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고성=연합뉴스

동부전선 GOP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모(23) 병장은 전역을 석달 앞둔 ‘말년 병장’이다. 지금까지 군대 총기사고가 대부분 부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이병이나 일병 등 하급병의 소행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육군은 임 병장이 관심병사였다는 점을 범행의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관심병사를 GOP에 투입했다는 점에서는 부실한 병력관리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부분대장에 보임한 뒤 GOP투입

임 병장은 대학 1년을 마치고 2012년 12월 17일 입대한 뒤 지난해 1월 28일 사고 부대에 배치됐다. 하지만 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위계가 엄격한 군 생활에 그는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같은 해 4월 6일 소속 중대에서 실시한 1차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고, 7개월 뒤인 11월 시행한 2차 검사에서는 B급 판정을 받아 여전히 관심병사에 머물렀다.

육군은 임 병장이 관심병사이기는 하지만 A급 관심병사만 GOP근무에서 배제하는 원칙에 따라 GOP에 투입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성격을 바꾸기 위해 부분대장까지 시켜서 인성검사 등급도 A에서 B로 낮췄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의 임 병장을 격려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지만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도리어 임 병장에게 심리적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관심병사에 대한 지속적 관리 미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방대 관계자는 “B급으로 나아졌지만 인성검사 결과가 완전히 정확할 수는 없다”며 “심적으로 불안한 관심병사는 상태가 호전되는 듯 보여도 특정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우발적인 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더라도 전역 3개월을 앞둔 임 병장이 동료 부대원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는 대목에서는 전문가들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은 지휘관을 포함한 부대원들을 상대로 정밀조사를 진행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내성적인 성격, 가혹행위도 의심”

가족들에 따르면 임 병장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수원의 한 고교에 진학했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6년 때까지 한 집에서 살았던 임씨의 할아버지(80)는 “대인관계가 넓은 편이 아니었고, 친구들과 장난치고 어울리는 걸 싫어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의 괴롭힘과 따돌림이 심해졌고 고교 2학년 때는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받는 놀림이 싫어 정규 수업 시작 직전에 맞춰 등교할 정도였다. 임 병장의 할머니(75)는 “2학년 2학기 때 1년 후면 졸업이니까 계속 학교를 다니라고 담임선생님과 엄마가 설득했지만 친구들이 괴롭혀서 학교 다니기 싫다며 자퇴했다”고 말했다.

이후 임 병장은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자격증을 딴 뒤 2012년 한 대학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공무원인 부모처럼 그의 꿈 역시 안정적인 공무원이었다. 집안 분위기 역시 가정적이어서 입대한 이후에도 부모가 면회를 자주 가고, 공무원 시험 준비 서적도 소포로 보내줬다고 한다. 임 병장의 옆집에 사는 정모(23)씨는 “말수가 별로 없고, 혼자 다니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이상해 보이진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부대 내 폭행 등 가혹행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22일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임 병장의 조부모는 “지난달 휴가 나왔을 때 얼굴이 반쪽이 됐고, 말수도 없어져 부대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걱정했었는데, 아무래도 부대원들로부터 시달림을 받아왔던 것 같다”며 목 놓아 울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수원=김민정기자 mj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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