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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한 듯 무차별 총격…사건의 재구성

입력
2014.06.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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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중인 동료병사 7명에 갑자기 수류탄 투척

소초 이동하며 순식간에 '12명에게 10발 난사'

대응사격 등 제압 못한 사이 실탄 소지한 채 도주

임모(22) 병장이 동부전선 GOP에서 동료 병사 12명에게 난사한 실탄은 10여발에 불과했다. 사실상 조준사격을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임 병장은 이후 소총과 실탄을 휴대한 채 부대를 빠져 나와 하룻밤을 숨어있다 검문 중인 수색대에 발견되자 또다시 총격을 가했다. 총격전이 벌어진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제진검문소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보급로 삼거리에서 1차, 소초에서 2차 총격

군 당국에 따르면 임 병장은 21일 오후2시부터 오후7시55분까지 GOP주간 경계근무에 투입됐다. 임 병장이 갑자기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수류탄을 던진 것은 GOP내 삼거리에 도착한 오후8시 15분쯤. 임 병장이 삼거리에서 만난 병사는 함께 근무를 마치고 삼거리로 복귀하던 5명과 경계 근무를 위해 삼거리로 향한 병사 2명을 포함해 모두 7명.

하지만 임 병장이 던진 수류탄은 동료 병사들에게 큰 부상을 입히지 못했다. 그러자 임 병장은 곧바로 K-2 소총을 꺼내 총격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3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나머지 동료병사들이 생활관(소초) 방향으로 도망가자 임 병장은 30~40m 떨어진 소초까지 따라가 생활관 내부에 있던 동료들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2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7명이 다쳤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초 내 병사들은 대부분 비무장상태였으며 10여 발로 사상자 12명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조준사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소초 내 병사가 몇 명이었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사건 당시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 중이던 장병들도 임 병장과 마찬가지로 무장상태였지만 갑작스런 공격에 대응사격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생활관 밖에는 총기ㆍ실탄 반납 직전의 장병이 있었지만 숫자가 많지 않았고 생활관 안에는 비무장 병력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원 동부 전선 GOP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2일 무장 탈영한 임모 병장과 군 수색군 간 교전이 벌어진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인근 지역에서 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강원 동부 전선 GOP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2일 무장 탈영한 임모 병장과 군 수색군 간 교전이 벌어진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인근 지역에서 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도주한 임 병장 검문에 걸리자 총격전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은 K-2소총과 남은 실탄 60여발을 챙겨 부대를 탈영했다. 사고 부대는 사건 발생 5분 만인 오후8시20분쯤 22사단 사령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사단사령부는 위기조치반을 소집했다. 이어 22사단은 GOP부대 주변에 전 병력투입을 지시했고 임 병장이 남쪽 민간인 지역으로 내려갈 수 없도록 차단선도 설정했다.

탈영한 임 병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고 18시간 만인 22일 오후2시17분쯤. 군 당국은 헬기와 특수부대까지 동원한 수색작전을 벌인 끝에 사고지점에서 10여km떨어진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제진 검문소 북쪽 300m지점 숲속에 은신해 있던 임 병장을 찾아냈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을 향해 투항을 권유했지만 그는 도리어 수색대를 향해 총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수색대도 대응사격에 나섰다. 수색대 관계자는 “임 병장이 선제 사격을 가해 10여 발을 쏘아대면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임 병장은 수색대와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를 이어갔다. 교전 과정에서 추격하던 소대장 1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위협사격과 함께 임 병장의 부모를 현장으로 불러 투항을 권유했지만 대치 상황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고성=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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