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1500만원, 박사 3500만원... 치대 교수가 학위 장사

유명 사립대 치과대학 교수들이 제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석ㆍ박사 학위 논문을 대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6년 가까이 수억원을 챙긴 교수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석ㆍ박사 과정 치과 의사들에게 논문을 대필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천안의 한 사립대 치대 교수 홍모(48)씨를 구속하고 임모(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석사 학위논문은 건당 500만~1,500만원, 박사 학위논문은 2,000만~3,5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돈을 주고 대필을 부탁한 치과 의사 9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다만 5명은 배임증재 공소시효(5년)가 지나 입건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이 논문 지도를 해주던 치과 의사 12명에게 모두 3억2,000만원을, 임씨는 3명에게 4,600만원을 실험비 명목으로 받았다. 이들은 병원을 운영하는 제자들의 경우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논문을 쓸 시간이 없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윤씨는 한 학기에 한두 편 꼴로 대필하면서 의심을 피했고, 경찰 수사에 대비해 지인의 계좌로 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준 치과 의사 중에는 홍씨에게 석사 논문, 임씨에게 박사 논문을 대필시키는 등 석ㆍ박사 학위를 모두 돈을 주고 산 경우도 있었다.

학위를 취득한 치과 의사들은 논문 서론만 작성했을 뿐 실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임씨가 대필한 학위 논문들 중에는 제목과 내용이 같은 것도 있었지만 심사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했다. 이들이 심사에 참여해 대필한 논문을 바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논문 대필 범죄는 폐쇄적인 대학 특성상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대학들이 보다 철저한 논문 검증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