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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화록, 청와대 것은 대통령기록물ㆍ국정원 것은 공공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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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폐기 수사 때는 "명백한 범죄" 기소 이번 유출 수사 때는 "공직자 아니라서 애초 처벌 대상 아니다" 검찰, 부실수사로 '여당 편들기' 비난 일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놓고 지난 대선 때부터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은 검찰의 소극적인 법 해석과 적용, 부실한 조사 등으로 노골적인 여당 편들기로 막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처벌 안 되는 법 적용
우선 검찰은 면죄부를 주기에 적합한 법을 적용, 법원의 판단을 구해볼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당의원들이 열람, 유출한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판단한 것이 그렇다.
검찰은 참여정부의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 때는 청와대가 대화록 문구를 수정했다는 이유로 이를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은 것은 범죄”라고 기소했었다. 하지만 그 원본은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 녹음파일을 인수해 작성한 것이고, 국정원이 청와대 수정 후 다시 넘겨받아 1급 비밀문서로 보관한 것인데도 이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판단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자’를 처벌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김무성 의원이나 권영세 주중대사의 경우 대화록 내용을 유출했어도 담당 공직자가 아니어서 애당초 처벌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보좌, 자문, 경호하는 업무를 하는 기관이 생산하는 기록물로 국정원은 소속기관일 뿐”이라는 근거를 내밀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사자 해명 수준에 머문 수사
수사 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범죄 사실은 “정문헌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열람한 대화록 내용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에게 알려주고, 국회 밖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누설했다”는 것이 전부다. 정 의원이 김 의원과 권 대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 어떤 수준으로 대화록 내용을 알려줬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물론 대선에 임박한 상황에서 이 정보가 어떤 식으로 선거에 이용됐는지 등에 대해서 검찰은 관심 밖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 의원과 김 의원 등이 쉽게 자백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화록 유출 이슈가 당시 대선에서 미친 영향 등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해명이다.
게다가 검찰은 김 의원이 대화록 원문을 건네 받았을 것이라는 의심을 규명하려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2012년 12월 부산 서면 유세에서 낭독한 대화록 관련 내용이 국정원 발췌본과 744자가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음에도 검찰 관계자는 “원문을 줬다는 부분은 추측해볼 수 있지만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 역시 참여정부의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와 크게 비교된다. 새누리당의 고발 이후 대통령기록관 등에 있는 755만건에 달하는 기록물을 검토하는가 하면 문재인 의원을 공개 소환해 9시간 가까이 조사하는 등 114일 동안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기밀 유출해도 벌금형’ 나쁜 선례
검찰은 또 이번 사건에서 ‘정상회담대화 등 기밀인 국가기록물을 유출해도 500만원 벌금만 내면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 유일하게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 정 의원에 대해 약식기소를 한 것. 대화록보다 비밀 등급이 두 단계나 낮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기밀문서 유출로 징역 9월의 실형이 확정된 판례가 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해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고발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과 국정원 대변인에 대해서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결론 내린 부분도 수사의지와 강도의 미약함을 드러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한 부분에 대한 의견은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남 원장에 대해서도 서면조사 한 번에 그쳤고 1급 기밀문서를 일반문서로 전환해 대화록을 공개한 절차와 관련해서도 “국정원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국정원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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