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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끄러 간 직원은 1명뿐... 매뉴얼대로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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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용의자 치매환자 체포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병실을 덮쳤지만 노인 환자들 곁을 지키던 병원 관계자는 간호조무사 1명뿐이었다. 불길은 6분 만에 잡혔지만 잠에서 깨지 못한 환자들은 “살려달라”는 비명 한 번 질러보지 못한 채 쓰러졌다.
28일 29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는 입원 중인 치매환자 김모(81)씨의 방화로 추정된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병원 측의 초동 조치가 미흡해 인명피해가 컸다. 이번 참사도 고질적인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병원 측의 긴급상황 시 근무자 행동요령에 따르면 남성 직원 2명은 자체 화재 진압, 다른 근무자 5명은 응급구조 및 후송, 나머지 10명은 환자 대피를 유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요령을 제대로 지킨 직원은 거의 없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불길이 치솟는 별관 2층 3006호에 소화기를 들고 달려간 직원은 홀로 당직 근무를 서던 간호조무사 김모(52ㆍ사망)씨였다. 당시 당직 의사 1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별관 1층과 본관(지상 3층)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자체 진화와 환자 구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소방대원과 경찰들이 건물 밖으로 구조해 온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정도가 그들의 역할이었다.
지난 9일 병원 측이 직원들의 화재 등 위기상황 대응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장성군에 통보한 자체 시설안전점검 결과와는 딴판이었다. 장성군도 지난 21일 실시한 소방훈련 등 시뮬레이션을 통한 시설안전점검에서도 직원들의 위기관리 능력에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나 부실 점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자들 대부분이 인지 및 행동장애를 겪고 있는 70~80대 고령의 치매 환자인 점도 피해를 키웠다. 배회 증상을 보이는 치매 환자들에게 병원 측이 신경안정제를 투여하는 바람에 신속한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화재 당시 별관 2층에 입원 중인 환자(34명) 대부분이 침대에 잠을 자듯 누워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일부 유족들은 “환자들에게 신경안정제를 투여한 병원 기록을 확보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 희생자들에 대한 부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방시설기준의 허점도 구조를 어렵게 만들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경북 포항의 노인요양시설 화재 사고로 10명의 환자가 숨지자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인ㆍ장애인 요양시설에 대해서는 건물 면적에 상관 없이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노인요양병원은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불이 난 별관 건물(연면적 1,694㎡)은 연면적 5,000㎡ 이상일 경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 소방법의 적용을 받으면서 의무 설치 대상에 빠졌다. 현재 요양병원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대상으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이다.
장성=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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