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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다 더 위험한 유독가스… 피해 줄이려면?

입력
2014.05.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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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6시께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후 6시께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최근 발생한 다중이용시설 화재 사고에서 피해를 키운 주범은 유독가스였다. 26일 발생한 경기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사고는 희생자 8명은 대부분 유독가스 질식으로 숨졌다. 28일 발생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 역시 불길은 6분 만에 잡혔지만 21명이나 질식사 했다.

5분만 노출돼도 뇌 손상

유독가스의 주요 성분은 불완전 연소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다.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력이 산소보다 높다. 이미 일산화탄소가 결합된 헤모글로빈에는 산소가 결합할 수 없다. 따라서 세포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일산화탄소 가스에 노출되면 숨을 못 쉬는 상태와 같다. 과거 연탄보일러가 일반적인 시절에 연탄가스 중독이 대표적인 일산화가스 질식 사례다.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같은 무호흡 상태가 5분간 지속되면 뇌에 손상이 생긴다”며 “10분이 지나면 심폐소생술을 한다 하더라도 장기 기능은 돌아올 수 있지만 뇌 기능은 돌아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소물질 따라 다양한 유독가스… 폐손상 초래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일산화탄소 외에도 인체에 유해한 다양한 기체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비닐,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이 탈 때 유해성이 높은 가스가 많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흔히 청산가리라고 하는 사이어나이드(Cyanide) 가스는 고농도에 단 1~2분만 노출되면 사망할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이라고 했다. 또“염산, 암모니아 성분 등 산성 기체가 포함된 유독가스를 마시면 폐 조직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생존률을 더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환기와 대피 외엔 방법 없어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는 이상 화재 현장에서 유독가스를 전혀 마시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은 젖은 수건이나 휴지, 옷소매 등으로 유독가스 흡입을 최소화 해야 한다.

저농도의 유독가스를 마시게 되면 정신이 혼미하고 어지럼증을 느낀다. 산소 부족으로 근육도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계속 유독가스에 노출되면 저산소증에 의해 의식을 잃게 되고 뇌 손상에 이르는 것.

따라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당장 대피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창문 등을 열어 환기라도 해야 한다. 연기는 위로 솟아오르기 때문에 아래로 탈출하는 것이 좋지만 불길과 고농도 유독가스로 막혀 있다면 밀폐되지 않은 옥상 등으로 대피해 구출을 기다리는 것이 차선책이다.

다중이용시설 제연설비 중요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불길과 연기의 확산을 막는 방화셔터나 제연커튼, 유독가스를 건물 외부로 배출하는 제연설비 등의 시설이 중요하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완강기 등 출구를 찾기 어려울 때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장비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 유독가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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