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가톨릭 위상… 순교자 피와 눈물이 거름

입력
2014.02.2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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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71) 추기경의 서임으로 한국 천주교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 19명의 배출 국가 중 아시아는 한국과 필리핀 밖에 없다. 필리핀은 가톨릭이 국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천주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는 신자가 536만명(2012년 기준)으로 일본(50만명)의 10배가 넘는다. 한국이 해마다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은 아시아 1위(2012년ㆍ16억4,000만원)이고 세계 9위다. 순교와 박해로 2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성인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103명이나 된다. 게다가 한국은 가톨릭 선교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자생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였다. 바티칸에서 볼 때 한국은 '기특한 나라이자, 자랑하고픈 순교자의 나라'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한국을 찾았을 때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아스팔트에 입을 맞추며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외쳤을 정도다.

염 추기경은 80세가 되지 않아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회의)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갖는다. 한국 가톨릭은 김수환 추기경이 2009년 선종했고 정진석 추기경도 80세를 넘겨 2012년 은퇴했기 때문에 교황 선출권을 지닌 '현역 추기경'이 없는 상태였다.

세 번째 추기경의 탄생으로 한국 천주교는 또 다른 기대에 부풀어 있다. 교황의 8월 방한 가능성이 거의 굳어졌기 때문이다. 교황이 실제로 한국을 찾는다면 8월 13~17일 대전 교구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기간 중일 가능성이 높다. 교황의 방한 의제가 '북한의 평화와 젊은이, 순교자'로 정해졌다는 외신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교황의 방한에서 남북 평화 기원 메시지 발표 등 남북 관계 관련 행보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교계의 한 관계자는 "염 추기경 서임으로 순교자의 피를 뿌려 세운 한국 가톨릭 교회가 눈부신 발전을 이어갈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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