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중국, 창조력은 영원히 미국 못 따라잡을 것"

입력
2013.02.20 17:33
구독

리콴유(李光耀ㆍ90ㆍ사진) 전 싱가포르 총리가 "중국은 국내총생산(GDP)만 보면 머지 않아 미국을 추월하겠지만 창조력 면에선 영원히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리 전 총리는 최근 란 책에서 "중국 문화는 자유로운 교류와 사상의 경쟁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홍콩 봉황망(鳳凰網)이 20일 전했다. 그는 책에서 "중국은 자유민주국가가 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중국은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 전 총리는 "중국에서 어떤 형태로든 민주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도 틀린 생각"이라며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 현대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할 수 있지만 다당제와 1인1표의 민주체제만은 배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중국이 과거 제국의 지위를 회복하면 자신들이 또다시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속국으로 전락하는 게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를 향해 '우리는 크기에 상관없이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만약 중국을 불쾌하게 하면 중국은 곧바로 '13억여명의 인민을 언짢게 했다'고 발끈한다"고 지적했다. 리 전 총리는 "중국은 독일과 일본이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지도자가 미국과의 군비 경쟁은 실패할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조언했다.

리 전 총리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길 갈망하는 만큼 일본처럼 서방 진영의 일부가 되는 길을 가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세워 놓은 세계 질서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리 전 총리의 언급은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취임 후 싱가포르를 개혁 본보기로 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 총서기는 2010년 양국의 수교 20주년 행사 차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과거는 물론 현재도, 미래도 싱가포르를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기관지인 주간 학습시보(學習時報)도 지난해 싱가포르의 정치 개혁 성공 사례들을 소개했다. 1959~90년 재임한 리 전 총리는 인구 300여만명의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금융ㆍ물류 중심지로 키워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린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